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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행색, 실이 풀려 옷에 간신히 매달려 데롱거리는 단추와 다 떨어져버린 신발 밑창으로 걸을 때마다 불편을 겪으며 스스로의 행색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데부시킨. 그러면서도 별 볼일 없는 하급문관을 다룬 고골의 외투를 읽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적어놓은 것에 대해 발끈하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는 인물이다.
그의 가난과 절망, 추락, 하강하는 그의 인생은 바렌카를 만나 더욱 가속화된다. 하지만 자기도 가난한 주제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마실 차와, 옷과 담배를 포기하고, 집세를 밀리고, 회사에서는 가불하며 그러면서도 새로운 옷가지들을 구입하지 못해 거렁뱅이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그가, 이런 모든 상황들로 인하여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이였을까?
자신의 상황을 고려치 않는 베풂과 정열은 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오며, 바렌카가 고아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돌봐줄 이 하나 없으므로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그 인식에서 나오는 연민이 과연 주는 데부시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냐?? 받는 바렌카에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연민인가?? 자신의 강함과 넘침에서 나오는 연민이 아닌 이상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자존심마저도 무너져버린 재정적으로 가난할뿐 아니라 마음마저도 가난해져버린 그런 인물에 대한 베풂이 아니라면 말이다. 주는 사람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고 받는 사람의 마음을 절벽에서 밀어 추락시킬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인생을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선택을 저지르는 미다스의 손으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왜일까? 미숙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기 자신을 극도로 희생했다는 정신이 아름다운 덕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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