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1 - ## 비문학
1. [입] 현대 문학은 왜 죽어가고 있는가? 독갤 한정 가장 뜨거운 주제를 다루는 글이다. 문학 비평 특성상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려우며 내용 요약에 그치기 쉬운데, 여기에서 필자만의 의견이 제시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각 문단이 주장하는 바도 비교적 뚜렷하다. 다만 각 문단의 연결이 다소 뻑뻑하게 읽힌다.
2. 기술의 복제성(낯설게 하기)을 중심으로 예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의 예를 들어주어 설명을 돕는 점이 좋다. 다만 본문에서 설명하는 클로즈업, 수미상관의 음악 사용 등이 참신한 예가 아닌 점은 아쉽다. 책이 '고전'인 만큼 과거와 현재를 주로 다루지만, 미래도 함께 예견해보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추가로 "나는 이것을 일상의 비일상화라는 이름을 붙여서 설명하는데," 이후로 누락된 문장이 있는 듯하다.
3. 인문학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떡밥인 '국력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를 다룬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타 도서(<총균쇠>)의 인용으로 논리 전개를 보충하며, 말끔한 구성이다. 다만 결론부 "이윤을 창출할 인재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앞선 "포용적 제도"의 호응이 매끄럽지 않으며, 일부 비문("하지만 계획경제체제에서의~")가 보이는 점은 아쉽다.
4. 대공황 이후 자연으로 돌아간 부부의 삶을 중심으로 '미니멀라이프'와 'n포'를 다룬다. (《월든》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안녕한 삶'으로 옮기기도 하는 '굿 라이프'에 대해 논하는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탈문명에서 시작해서 소유자사회를 거쳐 불공평에 이르는 논리 전개가 다소 어색해보인다.
5. [금]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팩트풀니스》를 또 다른 팩트로 두들겨 패고 있다. 도입부가 다소 장황하지만, '팩트'를 강조하는 책의 '페이크'를 다루는 부분은 논리 전개 측면에서 타당해보이며 주요 정보를 잘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맹신하지" 말자는 결론부까지 깔끔하게 보인다.
6. '범죄자'가 아닌 '경영인'으로서 마피아를 조명하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만 "인맥을 가지기" "통찰력을 가지기" 등의 세부 '경영전략'은 전혀 새로울 바가 없다. 물론 사례 자체는 일반 경영인보다 색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알맹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은 대필작가(고스트라이터)가 있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평면적인 옹호가 아쉽게 느껴진다.
7. [대] 알고리즘의 양면성에 주목하는 글이다. 최근 미국에서 '필터 버블' 관련 법안이 발의된만큼 시의성이 높다. 알고리즘의 신뢰성에 회의를 갖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알고리즘의 독과점" 문제를 여러 예로 들어 전개한 것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글 전체의 구성도 깔끔하다.
8. [입] "서사는 시간 위기에 처한 증상"의 한병철의 주장(을 비롯한 문단의 '고임성')을 비판하는 글이다. 문체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독보적'일 수 있겠으나, 제목부터 전반적인 구조까지 너무 거칠다. 주장 자체는 신선하지만 불필요한 문단이 중간중간 튀면서 주장을 가린다는 인상을 준다. 차라리 '문학' 탭으로 가는 게 맞지 않았을까.
9.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평전을 조명한 글이다. 인물의 삶을 다루는 만큼 평전의 독후감은 역사적 사실의 나열로 그치기 쉬운데, 그 쉬운 걸 해냈다.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처럼 '사무라이'에 대한 통념을 흔들거나, 《인간 증발》처럼 일본만의 특정 현상을 조명한 무언가 있었으면 흥미로웠을 것 같다.
10. 체계가 붕괴되었을 때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르포취재물에 관한 글이다. 분량이 제법되는데, 본문 인용이 차지하는 분량이 많아서 서술자의 논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체계 붕괴 후 선택의 원칙으로 주장한 "맑은 정신 상태에서 역지사지"는 앞서 다루고 있는 특수한 상황(재난)과 다소 동떨어진 결론으로 보인다.
11.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이름, 전태일의 평전을 다룬 글이다. 본문 전체가 한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어 구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전반에 '감상' 이상의 무언가가 결여된 상태인데, 노동운동이라는 명확한 키워드를 가져온 만큼 현대 노동운동/노조 문화 등에 관해 더 서술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12. [은] 비문학 부문에서 가장 문장이 유려하게(혹은 현학적으로) 느껴지는 글. 여러 예를 차용한 것까지는 좋으나, 결국 이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진 듯하다. 각각의 단락을 따로 보면 그럴싸하게 느껴지지만, 모아놓고 함께 읽었을 때는 완결성이 떨어진다. 짜임새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나마 《광장》을 다룬 3번 단락이 가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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