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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 옙스키의 첫 책을 읽었습니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이 책이 도스토 옙스키의 첫 책이라더군요.
펀딩 책을 빨리 읽고 싶어 우선 제일 얇은 책을 골랐습니다.

책은 정말로 재밌었습니다.
지독한 가난에 처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격정적이다고 해야할까요. 소설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인데
날마다 커다란 감정에 휩쌓여 있고 그걸 글로 표현합니다.

이 책에서 재밌게 본 것은 상황과 감정에 양가적인 부분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비참한 상황과 수치스러운 감정 속에서도
데부시킨과 바르바라는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희망과 행복감도
같이 느낀다는 부분입니다. 감정은 참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둘은 느끼는 모든 감정, 찌질한 상황, 수치스러운 일상 등
모든 것을 편지로 공유하며 마음을 위로 받습니다.

책을 다 읽고 석영중님의 역자해설을 읽었습니다.
'문학적 빈곤'의 관점에서 책을 해설하셨는데
요약하면
바르바라는 지식인이었던 첫사랑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
비록 가난하지만 문학적으로 데부시킨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편지의 문체에서도 드러납니다.
역자해설대로 바르바라의 편지는 간결하며 명료하고
데부시킨의 편지는 길고 정신 없습니다. 

이 점이 물리적인 빈곤 뿐만 아니라 문학적 빈곤이
이 둘의 운명이 어긋나게 되는 비극에 한 몫 했다는 겁니다.

저는 솔직히 역자해설을 보기전에 둘의 문학적 수준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역자해설 덕분에 책을 다시 풍부하게 볼 수 있는 점도 있었지만

바르바라가 데부시킨을 결국 선택하지 않은 것이
문학적 수준차이 때문이라는 점은 좀 너무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데부시킨의 글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좀 떨어진다해도 항상 진심을 다해
바르바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더 세세하게 그리고 더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문학은 인간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면을
사색해 볼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 하는데

그런 면에서 데부시킨이 바르바라에게 쓴 편지는 서툴지만
아주 문학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모조리 쏟아부었으니까요.

바르바라가 데부시킨을 선택하지 못했던 것은

문학적 빈곤이 아니라 물리적 빈곤 때문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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