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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한눈에 반해서 그 목숨까지 내다 바치는 사랑은 어리석다는 논지가 독갤을 뜨겁게 달궜었다.

나는 그 순간에 그런 사랑이 어리석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우며, 오히려 사랑이 인생의 목표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읽고 있는 작품이야말로 자신의 인생 전부를 십대 후반에 마주친 운명의 사랑에게 전부 다 받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독자는 첫 장에서 자신이 본 모든 소설 중에 가장 개같은 고백을 읽게 된다.

그리고 작품은 다시 테이프를 되감아 그 고백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아주 긴 그 과거 회상이 끝나 다시금 그 고백 장면에 닿게되면 독자는 전율을 느낀다.


오랜 시간, 무려 반세기가 넘는 시절동안 간직해온 사랑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사랑은 변질되지 조차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있었다.

알코올로 가득한 유리병 속에 잠긴 징그러운 박제 형태의 사랑이 아닌


콜레라로 사람이 죽더라도, 전쟁이 나더라도, 가난으로 피골이 접한 사람들이 즐비하더라도 봄날이 오면, 첫 비를 맞은 씨가 새싹을 틔어내는 자연의 규칙같은 모습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을 그대로 버텨낸 봄날같은 사랑을 독자들은 느끼게 된다.




600장에 달하는 페이지에 걸쳐 콜레라는 계속해서 진행되어간다. 핵심인물 셋을 둘러싸고 콜레라는 만연해있다.


그러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단 30페이지에 걸쳐 서술된다.


그 30페이지 간에 사랑을 위해서 570페이지에 달하는 구구절절한 서술을 읽는걸 누군가는 비합리적이고 우스운 일로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 570페이지를 견뎌낼 뿐이지만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53년 7개월 11일의 밤과 낮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