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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열광적으로

5월 30일에

염소의 축제를 기념한다.


- 도미니카의 메렝게, <염소를 죽였네>



소설 서문에 등장하는 도미니카 민족 음악(메렝게)이다. 제목과 가사를 비교하면 어떤 모순점이 발견된다. 흔히 '~의 축제'라고 한다면 앞에 붙는 단어를 숭배해야 한다. 허나 제목을 확인하면 '염소'가 죽었기에 '염소의 축제'를 기념한다. 즉, '염소'는 '숭배자'가 아닌 '제물'이다.



이렇듯 시작부터 '염소'에 대한 조롱으로 시작하는 '염소의 축제'는 페루의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1975년에 착상하여 2000년에 출간한 독재자 소설이다. 실화 기반이며 작 중 메인 타겟인 독재자 '트루히요'는 1930년 도미니카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32년에 걸쳐 독재 정치를 펼쳤다. 소설은 잔혹한 독재 정치가 일어난 긴 세월 동안의 사회적 병폐, 잔인하고 비극적인 인간상, 그리고 7인의 암살자를 그리고 있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상원의원 아구스틴 카브랄의 딸 '우라니아'

<2> 독재자 트루히요

<3> 7인의 암살자 중 4인


이 중 <2>와 <3>은 트루히요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1>은 트루히요 사후 20세기 말 도미니카가 배경이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집권 시절, 학업을 위해 도미니카를 떠나 가족과 연락을 완전히 끊은 채 미국에 거주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휴가를 내어 도미니카에 잠시 들른다. 그녀는 아버지가 살고 계신 산토 도밍고 시의 황폐한 고향집에 방문한다. 한때 트루히요에게 절대적인 복종과 충성을 다했던 아구스틴 카브랄은 똥오줌도 혼자서 못 누는 병자로 전락한 채 의자에 앉아있다. 우라니아는 아버지 옆에 앉아 과거 트루히요가 광포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어쩐지 이를 듣는 아버지는 그녀와 눈을 못 마주치며 공포에 떨고 있는 듯 보인다.



'트루히요'는 결벽증 환자인 잔인한 섹스광이다. 늘 빳빳한 제복을 지향하며 그곳에 단 하나의 얼룩이 있거나 단추가 풀어져 있는 것 등은 참지 못한다. 신발 끈이 제대로 묶여있지 않는 것만으로 부하를 감옥에 쳐넣을 정도의 강박증이다. 또한 '마호가니의 집'이라는 사저에서 도미니카의 아무런 여성들과 난잡한 밤을 보내길 즐기는 자이다. 그런 그에게도 물론 한 가지 약점은 있으니, '전립선'이다. 예고하지 않고, 마치 결벽증의 그를 조롱하듯 전립선은 항상 문제를 일으켜 엄숙한 상황에서 오줌을 지리도록 만들어준다. 트루히요는 자신을 숭배하는 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오줌을 감추어야 한다.



'암살자들'은 1961년 5월 30일의 한밤중, 도로에 정차된 차량 내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 총을 감춘 채. 그들은 트루히요의 암살을 모의하고 있다. 나머지 3인의 암살자는 각각 2명, 1명으로 나뉘어져 거리를 벌린 채 트루히요가 탄 차량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중이다. 그들은 트루히요의 차량이 나타나면 앞, 뒤를 가로막아 총알을 갈길 예정이다.



이렇게 세 가지 시점이 처음에는 각각 진행된다. <1>에서는 도대체 우라니아가 아버지에게 무엇을 말하기 위해, 무슨 의도로 찾아왔는지 궁금할 것이고, <2>에서는 트루히요의 잔혹함과 우스꽝스러움이 뒤섞인 기이한 장면을 목도할 것이고, <3>에서는 거사 당일의 초조함과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1권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 일종의 빌드업처럼 진행된다. 독자에 따라서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권에서는 비로소 <2>와 <3>이 서로 충돌하게 되고, 우라니아의 목적이 드러나게 되고, 마지막에는 모든 시점이 결과적으로 만나 하나가 되어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그러면서 독자는 '염소의 축제' 광경과 그 후폭풍을 목도하게 된다. 그 모습이 어떠할지는 직접 읽음으로써 확인하면 될 것이다. (읽으려는 사람은 비위가 강하길 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을 읽은 것은 '염소의 축제'가 처음이었다. 요사와 마르케스가 워낙 같이 묶여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마르케스와 비교하며 읽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마르케스보다는 좀 더 단단한 반골의 문체였으며 정치적 요소가 더 많이 가미된 소설이었다. 트루히요에 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물론 소설을 읽을 수 있겠지만,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 한 번 훑어본 다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트루히요 암살 모의의 결과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고(마치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알고 있다 해서 '칼의 노래'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듯) 전체적인 구조를 머릿속에 대강 그리고 있어야 재미가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이름, 별칭이 많이 나오고 시점이 다소 꼬이다보니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작이라고? 응?



뭐..개인적으로 전체적인 글빨 자체는 마르케스가 더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탑티어급 글빨임은 확실하다. 정치적인 소재를 이렇게 웃기고, 잔혹하고, 정교하게 표현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도 출마한 적이 있고(2위로 탈락했다), 마르케스의 죽빵을 때린 적도 있고(바람핀 건 본인인데도), 반골적인 성격을 과거부터 드러낸 개성이 확실한 작가이기에 상당히 작가 개인에게 호감이 간다. 그러니 사놓은 요사 책 어서 읽어봐야겠다...돈키호테..먼저...읽고...보르헤스도...마르케스도..먼저...끝내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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