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상황에서 진중권에 대해 논하면 농담 취급 받겠지만
확실히 어떤 기류라던가, 어떤 위험성이 무엇인가에 대해는 눈이 있는 것 같음.
어제 자 기사에서 이재명을 비판했음.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0&oid=003&aid=0010883048
보면, [진 전 교수는 이어 "극단적 기회이성의 소유자에게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 라고 말한 게 나옴.
이 기회이성이라는 단어가 칼 슈미트에게 나온 거임.
예전에 민주당이 내로남불 하는 사례를 이 원칙이성과 기회이성으로 나눠서 말했음. 이거 읽어봐.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469&aid=0000511619
[
물론 정치인들은 그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로남불을 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슈미트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그들이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과거에 세운 기준을 번복하며 사과를 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민망해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원칙의 보편성과 논리의 일관성을 정치의 토대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슈미트주의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예 보편성과 일관성 자체를 포기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른바 ‘원칙이성’(Grundsatzvernunft)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보편적·추상적 기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 기준들을 원리·규범·규칙·방법 혹은 신조로 삼아 유사한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그로써 문제의 보편적 해결을 추구한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이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달리 전체주의자들은 ‘기회이성’(Gelegenheitsvernunft)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보편적 기준 없이 매사 그때그때 상황의 필요에 따라 판단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개별사안을 그때그때 편의에 맞게 처리해내는 상황적 합리성이다. 그들은 그 해법을 나중에 유사한 다른 경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적·보편적 원칙으로 만드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
그 기회이성이라는 거 이거 뭔 이성이냐 말도 안된다고 말하겠지.
그런데 정말 굉장히 논리적으로 이걸 논증함.
칼 슈미트가 키르케고르를 많이 썼음.
키르케고르는 헤겔을 비판한 거 다 알지?
키르케고르는 "윤리적 삶", 지금 말로 보면 "인륜적인 삶"만으로 모든 윤리가 해결되지 못한다고 말함.
소위 반철학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지혜를 뛰어넘어 오직 자신을 "신 앞에 선 단독자"라는 그 불안한 상태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함.
그리고 이거로 그 당시 법철학의 기반이 되었던 낭만주의를 공격하지.
낭만주의는 논쟁이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고. 그들의 이상인 "영원한 대화"는 망상이라고 단언함.
우리는 아주 현실주의적으로 봐서 결단만을 봐야 하고, 결단할 단 하나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함.
https://www.nocutnews.co.kr/news/5449689 - 여기서도 진중권이 똑같이 말한 게 있어.
내로남불, 비일관성이 너무나도 큰데 어떻게 좌파는 저럴 수 있는가?
에 대해 진중권이 정확한 인물을 찝어낸 거 같음.
책 이야기1 :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을 보면 맨 처음에 칼 슈미트가 나옴.
그리고 반박이 제대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함.
그래도 사람들이 그 어떤 상황이든 독재는 싫어할테니 이 사람을 피해야 한다고까진 의견이 일치하는 거 같은데
어찌하는지는 아직 다 모르는듯...
책 이야기2 : 칼 슈미트의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두 책이 "정치적인 것의 개념", 그리고 "독재론"임.
하나는 품절, 하나는 안 나온듯?
독재론은 특히 68혁명 이후에 많이 연구되었음. 좀 설득력있는 게 많아서.
민주주의보다 독재일 때 더 민주주의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함. 오히려 낭만주의가 해친다고 말함.
민주주의인 상황에서도 카이사르가 독재관이 된 것을 예로 들면서 바로 독재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함.
그는 "독재인 상황에서 오히려 혁명이 더 잘 될 수 있다"고 말함...
칼 슈미트 되게 흥미롭긴 하더라. 근데 진중권 이 양반은 지금은 진짜 맛이 가긴 한듯. 미학 관련 책 쓸때가 좋았어
아마도 대선 이후에나 본업으로 돌아올듯. 논객이니까 뭐... 미학오디세이처럼 서양철학사 3권 만든다고 하던디. 몰겠네...
정치적인 것의 개념 빨리 읽어야 하는데
^실용주의^
갓.중.권.
찢”권력이란 상대한테 내 의지 강요하는것” 이 발언이 떠오르노…저 링크 타고 들어가서 보니 ㅇㅇ
그냥 칼슈미트 갖다 붙인 것 같은데.. 진심으로 저 글들이 철학적이거나 정당한 논증을 사용한 것 같음??
그렇게 생각을 안함. 내 이야기 좀 들려주면 난 중1때 논리를 좋아해서 아버지한테 물었음. 그는 칼럼를 읽으라고 말해줬음. 그런데 칼럼을 읽는데 도저히 이거를 논리라고 부를 수가 없는 거야. 그냥 가져다 붙히고 위에 말로 아래의 말을 전혀 도출해낼 수 없고 이게 어떻게 논리인지 싶었어.
나는 "진짜 논리"를 만났어. 수학을. 수학공부에 진짜 엄청나게 빠져서 중2때 벡터까지 다 배웠음. 그리고 이 수학을 하고, 황제의 새마음이나 히친스의 책들을 읽어가며 "내가 사회문제도 수학적으로 푸는 논리를 만들리라!"고 생각하고 직접 그거를 만들기 시작했음ㅋㅋㅋ 중2병에 정확하게 걸린거지.
물론 개같이 실패했음. 나는 이게 왜 안되는지를 몰랐어. 아버지가 수학만 공부하지 말라고 한 뒤부터 수학을 놓았다가 대1때가 되서야 수학에도 비논리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선택공리, 불완전성 정리 같은 걸 알게 되고, 수학마저도 "진짜 논리"가 아니라는 걸 알아냈을 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를 읽게 되었음.
왜 논고를 쓴 그 논리적인 사람이 어떻게"철학적 탐구"에선 왜 이렇게 논리적이지 않었을까를 생각하다가, "뭔가가 들렸음". 줄탁동시라고 닭이랑 병아리가 둘 다 깨야 한다는 말 있잖아. 내가 병아리라 계속 툭툭거리니 세상이라는, 철학이라는 닭이 나와 같이 알을 깨기 시작했음.
그 이후로부터 분석철학에서 살짝 벗어나 하이데거와 칸트와 푸코, 로티 같은 사람들을 만난 뒤부터는, 많이 달라졌고, 가장 중요한 인물인 가다머를 만나고 내가 중2병때 생각한 게 왜 틀렸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음.
나는 이제 칼럼에 대해서 예전과 거의 정반대로 생각함. 나는 "논리"라는 말과 "논증"이라는 말이 사회에서 너무 순진무구하게 쓰이고 있다고 보고, 증명이라기보다 "새로운 봄의 방식"을 보여주는 개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게 되었음. 이렇게 되니 칼럼은 "수학의 엄근진 증명"보다 "개종적이고 교화적인 대화"에서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됨...
그래서 니 말이 맞다. 이건 진짜 엄근진하게 보면 나쁜 논증이다. 그러나 칼 슈미트를 갖다 붙혔다는 것 자체는 아무래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 말임.
그래? 진중권이 '정확히 찝어냈다'거나 '위험성을 보는 눈이 있다'라는 말에는 그의 '논증을 긍정한다'는 뜻은 없다고 생각하겠음... 네 이야기는 잘들었다 똑똑한 고닉인 건 알고있었음
글 잘쓰네 ㄷㄷ
하! 내가 자추해서 념글보냄
못보던 사이에 유쾌해져버렸누..
현대 정치철학의 네가지 흐름 재밌게 읽은 책이지.
별개로 진중권은 눈이 좋은 사람이 맞다고 생각함. 본인 책도 재밌고. 문제는 시대를 뚫고 통과하는 자기 철학이 없다보니 나이가 먹으면서 옛 철학자 없이는 본인 말을 못하는 사람이 돼버림.
현대 정치철학의 네가지 흐름 괜찮은 책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살까말까 고민중인데 우짜까 ㅠㅠ 알라딘 평보니까 피상적인 논리만 갖다 쓴다는 리뷰도 있고 그렇네...
어차피 한 철학자를 잘 알려면 철학자별로 따로 읽어야함. 그냥 전반적인 기조를 훑는데는 좋았음
ㅇㅋ 감사!
노컷 링크 너무 잘 봤습니다. 좋은 글에 감사...
선생님께서 쓰신 글만보면 전체주의자가 슈미트주의자이고 이들은 보편성을 포기하고 상황적 합리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이 글만보면 어떻게 상황적 합리성에 따라 움직이는게 전체주의자로 연결이 되는지 알수가 없군요. 혹시 독재론을 원어로 읽으신건가요? 읽으신 두권의 책 중에서 슈미트와 전체주의, 그리고 상황적 합리성에 대한 연관관계에 대한 구절
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진중권씨는 철학교수이지만 미학전공이고 언급하신대로라면 슈미트씨는 정치철학 전공인것 같은데, 슈미트씨의 이론을 통해 민주당을 공격했다는 것이 좌파의 내로남불과 비이성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그에대한 부연설명이 있다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이재명을 비판한 내용인데 그것이 어째서 좌파에 대한 비판인지 알기
네 좀 이상하죠. 아마 힘든 단어를 쉽게 표현하려고 슈미트주의자=전체주의자 로 좀 과격하게 분류한 것 같습니다. 저는 상황에 맞추는 게 슈미트주의적이긴 해도 전체주의는 좀 아닌 거 같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독재론은 안 읽어 봤습니다. 정치신학 12, 개념, 정치적 낭만주의는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감벤의 "예외상태"도 굉장히 중요한 책입니다. 지금 "칼 슈미트의 헌법과 정치"란 게 있는데 와 길이가 엄청나더라고요 못읽었어요ㅋㅋㅋㅋ
제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전기 내지 2차저작인 a dangerous mind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칼 슈미트를 확실히 알아내기 좋은 책이예요.
https://yalebooks.yale.edu/book/9780300196498/dangerous-mind
이 정도면 도움이 될까요?
칼럼은 아무리 봐도. 철학책을 읽는 잣대로 보면 정말 나쁜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제로 제시한 건 너무 엉성하고, 결론은 과격하죠. 하지만 제가 이과생으로서 확실히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대중을 위해서라면 중요한 부분마저도 무조건 깎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슐라르가 과학철학자였다는 거 아시나요? 그는 인식론적 단절을 주장하면서 과학자들의 상상은 일반인의 상상과 아주 다른 급이며, 과학자들의 교양책으로 과학을 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말해요. 그는 무조건 수학공식을 알아야 한다고 하죠.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한 차원이 추가된 상상을 알아두는 것이 과학은 아닐지라도 "교양"이나 "감지력" 같은 면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조잡해졌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딱 그런 위치에 칼럼을 놓아서 이런 게 있다고 말하는 게 모르는 대중도 알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방법이라 봐요
퐁권이형은 이제 슬프더라..
가다머 철학이 말테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셨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해석학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좀 궁금합니당
근데 진중권 본인도 기회이성에서 자유롭지 않은거 같은디요..?? 정치적 호오를 떠나서 자신들이 설정한 정치적 대립항으로서 슈미트의 낭만주의 비판을 끌고 나올거거라면 그 준거로서 자유주의적 원칙 혹은 본인이 자처하는 좌파적인 원칙을 일관적으로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건 농담거리도 못되는게 아닌지
이를테면 최장집은 정당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의 규범적 틀을 평생 주장하며 확실한 일관성을 보였는데, 그사람이 차라리 인민민주주의와 슈미트주의 언급하며 민주당 비판했던게 설득력 있어보이죠? 그나저나 독재론 번역은 언제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