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누군가는 이 책을 '구토가 나올 정도로 난해한 책'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 책을 '사르트르 실존주의의 바이블'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실존주의를 공부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주인공 '로캉탱'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평생의 고민을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철학적 관점이 아닌 인물들의 관계성, 특히 인싸-아싸라는 측면에서 이 책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이 하하호호하며 즐기는 틈에 끼지 못한다.
남들과 동떨어짐을 느낄 때, 끝없는 생각에 빠질 때, 살아가는 이유에 의문을 가질 때, 여러가지 이유로 위화감을 느끼며 욕지기가 치민다.
그러한 상황은 점점 심화되어 '너무 늦어버렸다'고 스스로를 평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고민조차 없어 보이는 타인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은 스스로 납득하기 전까진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다.
무심코 자신이 모험을 해 왔다고 답변하지만, 곧이곧대로 넘어가지를 못하고
'애초에 모험이란 뭐지?' '지금까지 해 온게 모험은 맞나?' '별로 대단히 한 것도 없는데?' 같은
하등 쓸모없는 고민에 빠지기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모험이란 주제를 다른 개념으로 바꾸기만 해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치켜세운들
스스로 그렇게 여기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현대에도 SNS를 통해서 서로의 성공담을 늘어놓고,
스스로를 성공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꾸며나간다.
타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모험으로 포장하고, 서로 공유하며 살아간다.
의미없는 타인들의 대화들.
서로에게 관심은 있는건지조차 의심되는, 가식적이고 깊이없고 단편적인 관계.
그 속에서 주인공은 집중하지 못한다.
오히려 밤이 찾아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갈 때에서야 생기를 되찾는다.
결국에는 그 또한 대단한 모험이 아니었다는 자괴감에 빠져버리지만...(저렴한 표현으로는 이불킥이 되겠다)
주인공은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는 '독학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람은... 분명 근심없이 살아가는 타인들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얄팍하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자기주관 없이 쌓아올린 지식을 자신의 생각인 양 떠든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지 않은가?
어쩌면 주인공에게 이 독학자는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되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인싸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주인공은 그런 독학자가 가진 환상과 믿음을 부수려 한다.
그와의 대화에서 구토를 느끼며 폭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칭 휴머니스트)독학자는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 책의 말미에 나오는 독학자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현실을 외면하고 책만을 들여다보는 휴머니스트라는 가면은 벗겨지고, 소아 동성애 행각이 발각되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아름다움과 연민을 느낀다.
남들이 비난하면 절로 따라서 비난하는 타인들보다도 오히려 독학자의 모습이 자신에 가깝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의 끊임없는 생각을 끝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다른 생각'을 하는 것뿐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수많은 사물들을 생각하던 끝에 나무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을 투사한다.
그리고 이윽고... 만들어진 언어도, 외양도 아닌 존재 그자체를 마주하는 데서 오는 위화감이 '구토'였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왜 구토는 이토록 특별한 것으로 묘사될까?
부르주아로 표현되는 근심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이른바 '구토를 외면하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에서 타인들, 인싸들이라고 표현한 사람들.
자기주관이 없고, 이 세계의 존재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모두와 같은 생각을 나누는 것에 만족하고, 가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태어나고, 어째서 살아가는지... 따위의 것들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이런 모습이 주인공에게는 아주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런 본인 스스로를 저주스럽다고도 여긴다.
그런데 이런 구토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책의 초반, 그리고 후반에서 보여준다.
바로 '음악'이다.
주인공이 듣는 음악은 작중에서 도시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으로 나온다.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는 그 음악을 그다지 대수로운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리라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작곡가와 가수에 깊이 흥미를 느끼며 두 사람을 '구원받았다'고 표현한다.
이 경험은 근심에 빠져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하던 주인공에게 후대에 이어질 소설을 쓰겠다는 의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결말은 어찌되든 상관없으며,
이것이 그토록 찾던 진짜 '모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나갔고,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접근했기에 반대되는 의견도 많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평생 시달려온 고민의 해답을 책에서 찾는 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다.
흥분감에 마구 써내려간 감상문이니 너그럽게 봐 주길 바란다.
이후에 사르트르의 다른 저서를 읽어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구토는 좆노잼이라고 생각하지만 니 감상 방식은 맘에 든다. 쇼생크탈출 마스터 짤도 적절하네
중간에 나온 영화 제목이 뭐야? 쇼생크 탈출 말고는 모르겠다 출판사도 어디 건지 궁금함
조커(2019) 얘기? 아니면 카우보이 비밥? 출판사는 문예출판사 에디터스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