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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당신이 알고 있는 경제학은 틀렸다.


21세기 세계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남으로써 그토록 선망하던 세계화라는 유토피아에 한 걸음 다가선 듯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간의 의견 차가 있기도 했지만 신자유주의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여겨졌다. 신자유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어느 정도 규제하고 개방할 것인지가 고려할 문제였지 그 자체에 의문 부호를 가지는 이는 거의 없었다. 나도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면서 다른 노선을 택한 북한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봐왔기에 다른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 모든 매체와 교육자는 신자유주의의 위대함을 공공연히 떠벌렸다. 이웃나라 일본의 문호 개방과 그로 인한 경제 성장이 일제강점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강렬한 교훈으로 각인되었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은 우리에게 "신자유주의가 어느 국가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신자유주의는 무역의 자유화를 도모해야 더욱 번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안으로 낮은 관세, 재무 건전성 유지, 지적 재산권 강화, 국영 기업의 민영화,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립,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신조로 세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모든 국가는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이 있으므로 개방적인 교역으로 인한 이익은 손해를 상쇄할 것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어 쇠퇴하는 산업의 자본과 인적자원은 부흥하는 산업에 편입될 것이라는 게 지론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미국 초대 재무부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유치산업 이론'을 처음 내세운 인물이다. 해밀턴은 자국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붙여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의 영국 또한 보호무역의 일환으로 모직물을 더 부가가치 있는 제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모직물 원자재의 수출을 금했다. 오늘날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담합하여 신자유주의를 전도하고 다니는 이들은 과거 신생 산업을 높은 관세 등을 통해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전까지 보호했던 전례가 있다. 그 밖에도 신자유주의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보이는 독일, 일본, 한국도 처음에는 노동집약 산업에 주목하다가 기술집약적인 중공업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며 성장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선진국들이 개도국으로 하여금 관세를 철폐하고 문호를 개방하라고 하는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물가 상승을 죄악으로 생각한다. 물가 상승은 국가의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이므로 외국인 투자를 기피하게 하는 요소라는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수요를 창출하는 재정 정책도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승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경기 호황기에 40% 이하의 물가수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이며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말한다. 덧붙여서, 개도국이 미래 자금을 차입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한 책략이라고 주장한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규제도 문제가 많다. 특허가 되기 위해서는 참신해야 하고 비자명해야한다. 그러나 그 기준이 너무 낮아진 오늘날 선진국의 무분별한 특허권 신청은 개도국의 성장길을 막는 암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소한 것까지 지적 재산권으로 등록되자 이전까지 사용되던 기술이 한순간에 규제가 되고 기술 개발에도 방해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나친 지적 재산권 규제에 대해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지적 재산권 철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적절한 지적 재산권 보호는 인센티브로써 바람직한 동기 부여 요소이다. 국영 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쟁점도 살펴봐야 한다. 국영기업을 떠올릴 때 우리는 부정부패, 주인-대리인 문제, 적자 또는 파산 위기 시 국가의 지원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국영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굉장히 많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는 국영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또한 국영기업의 문제는 민영기업이라고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도국이 국영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운영할 필요성이 있는 산업, 공급자가 1명이어야 가장 효율적인 '자연 독점' 산업,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리스크가 높은 산업일 때 국가 주도하에 운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개도국의 매우 낮은 금리 설정을 금하지만 실질 이자율이 연간 기업 성장률보다 높을 때 투자는 감소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투자 감소는 구조적인 실업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투자 감소를 야기하며 악의 순환고리를 형성한다. 저자는 앞으로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적극적으로 기술을 인계하고 원조하는 사회를 꿈꾼다. 개도국의 성장은 선진국을 위협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들의 늘어난 소득이 선진국의 시장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낙관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11년 동안 불온서적으로 지명되어 병영도서관에 들어오지 못했을 정도로 반체제적 매체로 간주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당장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조망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싶다. 그럼에도 저자의 근거들은 굉장히 자명하고 설득력 있기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량 조절 실패를 예상하고 썼지만 너무 방대한 내용이어서 전부 다루지는 못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경제를 본다면 그렇지 못한 자와 차별된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yhchun0328

서이하고 친해지자 독붕이들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