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스크롤 해주세요.

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만두이미지

7feb8475a88360f676ed81e55bd3273e390c36e0b252d9ae5a7fe3866c691da5a7d6ca7b29853113



독갤에 올라온 카프카의 아버지란 글을 보자마자 맘이 싱숭생숭해진 나는 일을 내팽개쳐두고 근처 주민센터로 달려갔다


그러나 공익 문지기한테 백신패스로 가로막힌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올 시간 따윈 없었소. 크..클라이스트의 소설을 봐야한단 말이오!"


그러자 공익은 씨익 웃더니 "누포..?" 라고 했고 나는 "독."이라고 하자 공익은 길을 비켜줬다


도서관에 입장한 나는 853ㅋ에서 헤매다가 나이 지긋한 사서에게 다가가 외쳤다


"크..클라이스트의 소설이 어딨소?"


그러자 사서가 돋보기 안경을 쓱 내려놓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누..독?"


"포."


그러자 그럴줄 알았다는듯 사서는 서랍에 숨긴 '창비'의 '미하엘 콜하스'를 꺼내 내게 건내줬다


그렇게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른채 '미하엘 콜하스'를 탐독했다


세르반테스와 카프카 사이를 연결해주는 사람이라는 ㅇㅇ의 주장대로였다


뜬금없이 레슬링으로 화자의 뚝배기를 깨버리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돈키호테에선 그 뚝빼기를 깨고 깨이는 이유가 명확했지만


여기선 굉장히 부조리하고 행동의 근거가 빈약하다


첫 문단의 마지막 줄이다 "정의감이 지나쳐 콜하스는 도적이자 살인자가 되었다."


길목지기의 꾸물거림, 집사의 무조건적인 의심, 알수 없는 '증서'의 존재.


이 모든 부조리의 요소로 인해 콜하스의 일정이 순식간에 180도로 바껴버린다


이쯤 되면 읽어보지 않아도 카프카의 소송과 성의 모티프가 어디서 나왔는지 기꺼이 인정할 정도로 부조리 그 자체다


다만 카프카와의 차이점이라면 카프카는 끝까지 부조리의 부당함에 대해 실체적으로 제시하지도 집중하지도 않았지만


클라이스트는 융커라는 부조리함의 근원, 다시 말해 만악의 근원, '권선징악'을 해야할 대상이 누군지 명확히 제시한다


다시 말해 홍길동이가 서자 차별을 받아 도적 수괴가 된것처럼 콜하스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대신 핍박의 과정이 요즘의 사이다 서사물처럼 열받는 상황, '분노'의 감정을 계속 제시하는게 아니라


황당함과 허무함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를 계속 건드린다는 차이가 있었다


카프카를 사랑하면서 클라이스트를 간과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주민센터를 몰래 빠져나와 눈을 맞으며 걷던 나는 생각했다


"볼테르 보단 못쓰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