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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조선 왕조의 사상적 제도적 기반을 만든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다. 그의 제도개혁론은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도전은 단순히 토지제도 개혁이나 새로운 정치체제의 설립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도전은 척불론 측면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한 인물이다. 본래 벽이단은 맹자가 양주와 묵적을 비판한 이후 벽이단 사상은 유학자들의 기본 사상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척불론을 주장한 유학자는 당나라의 대표 유학자인 한유였다. 송대에 이르면 기존 유학에 형이상학적 측면의 이론을 더해 우주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불교 세계관에 대항하려 하였다. 북송오자를 거쳐 주희에 이르는 동안 척불론은 점점 체계화되었다.


고려 말 불교의 폐단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성리학을 수용한 신흥유신들은 불교의 폐단에 대하여 성토하고, 불교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였다. 고려 말 대유로 불렸던 이ㅅ색의 복중상소는 대표적 경우이다.


그러나 불교의 폐단을 비판하던 유자들도 불교에 관용적인 경우가 많았다. 공양왕 3년 5월의 척불논쟁이 있었으나 이는 이정주의 분석처럼 개혁파 사대부와 공양왕, 온건파 사대부 사이의 알력다툼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었기에 본격적 불교 비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도전의 본격적 척불서는 조선 건국 이후 저술한 심기리편이다. 유학의 입장에서 불교와 도교에 대한 우월성을 증명한 심기리편은 철학적 측면에서 불교를 비판하고, 벽이단의 가치를 세운 정도전의 첫 저술이었다.


그러나 한영우가 삼교일치적 측면이 보인다라고 얘기하였을 정도로 불교와 도교에 관용적 특면이 보이기도 했다.


1398년에 저술된 불씨잡변은 정도전 척불론의 정수이자 성리학적 척불론의 집대성이었다. 이 책은 총 19장에 걸쳐 불교를 비판한다. 특히 불교의 윤회, 인과설과 수양론 심성론 비판은 정도전이 불교에 대한 성리학의 완전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도였다.


비록 그 비판론 자체가 철저한 성리학적 측면의 비판이었고, 대다수는 주자의 불교 비판 논리를 계승하였고, 성리학에 대한 이해에도 미숙한 부분이 보인다. 그래서 많은 불교철학자들은 정도전의 불교 비판론이 불교 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도전의 불씨잡변은 벽이단론을 확립시키고 숭유억불의 정책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16세기 이후에야 성리학의 철학적 측면에 대한 집대성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정치가이자 사회개혁적 사상가였던 정도전에게 철학적 측면에서의 비판은 그 핀트가 맞지 않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김병환 교수가 번역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달핬기에 한국고전종합DB에서 제공하는 불씨잡변 번역보다 이해하기 쉬우며, 정도전 척불론의 의의와 한계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