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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구절만이라도 자주 떠올렸던 내가 좋아하는 시
책이 벌써 낡은 물이 들기 시작해서 슬프네
늦기 전에 다시 읽어야지

장  마
                          천상병 詩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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