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순은 벽 쪽을 돌아누워서 울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과 울음을 누르려는 울음이 부딪치면서 울음이 뒤틀렸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울음이 몸속에 쟁여진 울음을 끌어냈다. 몸 밖의 울음과 몸 안의 울음은 이어져서 울음은 굽이쳤고, 이음이 끊어질 때 울음은 막혀서 끽끽거렸다. 그 울음은 남편과 사별하는 울음이 아니라, 울음으로써 전 생애를 지워버리려는 울음이었으나 울음에 실려서 생애는 오히려 드러나고 있었다.



마장세는 피난지에서 아홉 살까지 자랐다. 사람들은 난을 피하려고 피난지로 몰려왔지만 세상의 모든 환란은 피난지로 몰려들었다. 마장세는 구두를 닦으러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처럼, 저절로 구두닦이가 되었다.



이도순은 마차세가 짐작할 수 없는 동작을 하면서 뭐라고 혼자서 주절거렸다. 두 팔로 빨래를 잡고 비트는 시늉을 했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매를 피하려는 동작을 했다. 마차세는 그 동작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고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차세는 어머니의 생명 속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했다. 시간은 이도순의 생명을 가지고 놀면서 조금씩 뜯어가고 있었다. 마차세는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마차세는 주술사처럼 망각 속의 기억을 소생시키는 어머니의 일인극을 바라보다가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