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전에 썼던 글을 발췌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책에서는 죽음의 냄새를 한 껏 맡을수 있다. 흘러내리는 근육, 사막과 같은 피부밖에 남아있지 않은 노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자존감을 지키려고 지난 세월을 곱씹어봐도, 제대로 서있을수 조차 없는 두다리, 막히고 헐어버려 아무때곤 경색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을 혈관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직 죽음이 살짝 멀리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과 죽음이 주는 공포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에브리맨>은 독자들을 죽음 앞에 데려다 무릎 꿇린다. 보라고. 너도 머지 않아 저꼴을 당하게 될꺼라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죽음이 무섭고 허망한 것이기에, 삶이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찰나의 싱그러움, 젊음이 얼마나 눈부시고 가슴 뛰는 것인지 생생해진다. 이 책을 읽고나면 아직 쓸만한 팔 다리와, 노안이 오지 않은 두눈, 아직은 돌아가는 머리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 들과의 시간을 가져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여행을 떠나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죽음이 주는 서늘함은 때론 삶이 얼마나 가슴뛰고 찬란한 것인지 느끼게 한다. 



늘씬한 작은 어뢰처럼 상처 하나 없는 몸을 지닌 그 소년의 활력은 어떤 것으로 꺼버릴수 없었다. 아, 그 거침없음이여, 짠물과 살을 태우는 태양의 냄새여! 모든 곳을 뚫고 들어가던 한낮의 빛이여,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