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책 읽으면서, 주변 사람들이나 선생한테, 가끔 나이에 맞는 책을 읽으라는 소리를 듣고는 했거든, 그런 소리를 듣는 책의 성격은 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청소년한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향수나,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연인 같은 것들


그러니까, 청소년기에는 분별있게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나이에 맞는 소재와 정서, 덧붙여 양질의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건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청소년기가 아니라면 그런 책들을 읽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오히려 들고 있음.

읽을 책들이나 널리 알려진 명저들은 많은 반면에, 시간은 어렸을 때보다 절대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한정되어 있어서,


어렸을 때 만큼 책을 고르는 데에 모험심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 같음. 이건 내가 영화를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이긴 함.

괜찮다고 평가받는 책들 중에서 굉장히 주류의 것들만, 읽게 되는 경향이 생겼다고 해야 되나. 취향이나 관심사의 문제는 별개로.


독서량이 많다고는 결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무분별한 독서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게 여유로웠던 청소년기에 그렇게나 무분별하게 독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단지 지금은 할 수 없는 것,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열망이나 동경 그 뿐인걸까?

적어도 후회라는 감정이 들지는 않는데, 그건 또 왜일까


아니면 이런 질문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만큼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그 행위로써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제외한다면 딱히 가치가 높지 않은걸까.


사고력이나 창의성의 발달, 이런 게 아니라 눈에 확실히 띄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언어 관련한 공부가 수월했다는 점 밖엔 없는 것 같은데, 이건 개인적인 문제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