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하다고 해서 과학책을 모르겠는가

벽지가 되어버린

방정식 가끔 나오는 교양 과학서에 희뿌옇게 먼지가 쌓여가는데.

문송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특이점이 온다는 소리

코딩이 미래라는 소리 이과생들 취업하는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문사철 학과 통폐합되는 소리.

문송하다고 해서 물리학을 버렸겠는가

분자 원자 원자핵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고물상에 폐지로 한 장 남았을

와이 물리책도 그려 보지만.

문송하다고 해서 수학적 쾌감을 모르겠는가

내 손바닥에 와 닿던 수학 선생 회초리의 뜨거움

수포자라고 수포자라고 외치던 이들의 숨결

돌아서는 내 등에 박히던 수리 9등급.

문송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문송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