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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가 전당포 노파를 죽인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져 있다. 사랑하는 가족인 엄마와 여동생에게 가난의 짐을 씌운 것이 대학 공부로 가산을 탕진한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가난으로 행색이 초라하여 수치심과 모멸감에 휩쌓인 채 외부와 의도적으로 단절하고 좁고 더러운 곳에서의 고립된 생활로 인한 정신의 피폐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로쟈에겐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잡지에도 게재 된 법학도인 로쟈가 세운 이론에 관한 것이다.
로쟈의 논문 <범죄에 관하여>의 이론은 이렇다. 세상에는 항상 일정한 비율로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 두 부류가 있는데 나폴레옹 같은 비범한 사람들은 대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권리를 지녔다는 것이다. 비범한 사람들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현재를 파괴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도덕법칙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 이론은 만약 모두에게 마귀할멈이라 불리는 고약한 전당포 노파를 죽여 그 돈으로 공부를 마치고 훨씬 더 많은 선행을 베풀면 정당할 수 있다는 얘기와도 통하게 된다. 로쟈의 이론대로라면 세상은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로쟈가 <비범한>사람에 속하냐는 것이다.
로쟈의 이론은 단순히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추잡한 동기를 가려준다. 그것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가난한 지성인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허영심이기도 하다. 로쟈는 거의 끝까지 살해 자체를 늬우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범행 이후 괴로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그의 이론에 해당하는 <비범한> 인간이 아니고 비겁하고 소심한 <평범한> 인간에 해당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비정하고 진취적인 영웅이 아닌 죄를 들킬까 겁내하고 허둥지둥하며 아둥바둥하는 평범한 인간임을 괴로워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여전히 가족을 사랑하며 가슴이 찢어질 듯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카테리나와 소냐에 대한 선행 역시 그가 비정하지 않기 때문에 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 같은 비범한 인간은 보편적 도덕률을 넘어 살인을 행하고도 세상을 바꿔 사람들에게 칭송받는다. 작품에서 로쟈의 이론에 해당하는 <평범한> 인간은 벌레같은 ‘이’라고 부른다. 영웅적 인간에 비해 하찮고 많기 때문이다. 비범한 인간과 평범한 인간이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맞지만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비범한 인간이라고 로쟈는 생각했다.
또한 <이>에 해당하는 평범한 인간들이 지탱하는 세상의 몫은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한다. 비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쟈는 결국 소냐를 통해 비정하지 못하고 죄를 두려워하며 아둥 바둥하는 평범한 인간들이 서로 타인을 위하는 사랑으로 지탱하는 세상이 보잘 것 없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시베리아 감옥에서 꾼 꿈에 드러난다. 로쟈의 꿈에서 전세계는 전염병으로
파괴 되고 사람들은 의견 일치를 볼 수 없어 가장 일상적인 일들마저 손을 놓는다. 구원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몇몇 뿐인데 이들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로 새로운 종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대지를 복구하고 정화하게 될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제 그는 <비범한 인간>만이 미래를 창조하지 않음을 의식 저편에서 깨달았다.
로쟈는 자신이 <평범한> 인간임을 알며 그로 인해 그의 죄는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 아닌 추잡한 죄가 되버렸으며 사랑하는 가족과도 8년이란 시간동안 이별하게 되었으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여동생은 숨겼지만 어머니의 죽음마저 눈치챈 그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다. 그는 감옥안의 죄수들과도 단절된 그야말로 완벽한 고립으로 의미없이 현재를 버틴다. 그는 전에도 시도했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도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인감임을 알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런 의미없이 존재하는 것 뿐이다. 그에게 미래는 한줌도 없다.
그런데 옥바라지를 1년동안 하면서 몸까지 아팠지만 로쟈를 걱정해 쓴웃음 지으며 면회를 온 소냐를 보면서 마침내 그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알게된다. 그 순간 그에게 미래가 펼쳐진다. 출소 후의 삶을 그린다. 마치 라자로의 부활처럼 한줌도 없던 그의 미래가 서서히 창조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비범한 사람만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이론이 틀린 것이다.
스비드리 가일로프는 보편적 도덕을 넘나들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비양심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그는 나폴레옹같은 영웅적 인간이 아니고 본인의 색욕을 위해 도덕을 넘기 때문에 가장 혐오스러운 인간이다. 라주미힌은 도덕적 인간이면서 다소 단순한 평범한 인간이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있고 선의를 베푸는 사랑스러운 인간이다. 루진 같이 선의를 베푸는 듯 하면서 뒤로는 비열한 짓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세상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로쟈의 이론은 너무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본 것이다.
짤 니가그린거임??
웅웅 - dc App
개잘그렸네ㄷㄷ 귀여움
ㅋㅋㅋ 기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