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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이 책은 전세계 31개국에서 각국의 유명 작가들이 신화를 소재로 쓴 소설 중 하나이다. 중국 작가 리루이가 썼는데 중국 민담인 <백사전>을 소재로 했다. 흰 뱀 요괴인 백소정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2,999년 동안 동굴에서 수련하지만 마지막을 남겨두고 바깥에서 사람의 비명이 들려오자 도우러 나갔다가 '인간의 잔인함'을 배우지 못해 수련이 실패하게 된다. 그런 그녀와 인간 허선의 사랑과 그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전설에는 법해 대사가 백사를 뇌봉탑 아래에 봉인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법해의 인간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백사가 사람을 해친 적이 없고 오히려 도움을 주었고, 백사를 죽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악한 사람들이다. 또한 분명 악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자신이 신봉하는 진리와 같으니 어찌 된 일인가. 이런 모습을 보고 법해는 무엇이 옳은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의 스승은 除妖人은 공정하고 무정하여 대의를 위해야 한다고 하지만 무엇이 대의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백사의 아이와 허선을 도망치게 해주기로 결정한다.
책에는 백사와 허선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나온다. 항상 웃음밖에 짓지 못하는 소녀가 부모의 장례식에서도 웃음을 짓다가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받고, 백사의 자식으로 뱀으로서의 욕구를 가진 분해아만이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소수자들 사이의 공감을 보여준다. 현대에서도 이런 인물이 나온다. 자신이 뱀과 친구이고 백이 넘는 뱀들이 자신을 따라왔다는 아이는 오히려 환경으로 인해서 정신에 문제가 있는 아이로 여겨진다. 이런 점은 또 시대가 변해서 배척의 방식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 세계는 백사 요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한 배척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데 아마 미래에도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 어느새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자연히 서문에서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나게 되었다.
“박해가 신성한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살육이 대중의 광기로 발전하고, 비겁과 이기심이 도피의 수단이 되고, 원한과 잔인함이 횃불로 솟구칠 때, 이 세상에서의 삶을 과연 무엇을 위해서인가? 자비행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인간성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줄 수 있는가? 예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는 시시각각 선악의 양자택일이 벌어진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사는 것은 행운인가 죄악인가, 아니면 무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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