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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론》 중에서


옛날의 이런저런 위대한 작가를 논평한 책이 나오면 독자는 그런 책을 읽지, 그 작가의 저술 자체는 읽지 않는다.

독자는 단지 새로 나온 책만 읽으려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의 멍청이가 지껄이는 진부하고 김빠진 잡담이 위대한 정신의 생각보다 독자의 수준과 구미에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젊은 시절 멋진 경구를 접하고, 그때부터 그것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은 운명에 감사한다.


열심히 고전을 읽어라, 진정으로 참된 고전을!

최근에 나온 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고전을 읽어라!

참으로 가장 오래된 고전을! 현대인이 칭찬하는 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오, 어떤 평범한 인간은 다른 평범한 인간을 어쩌면 그다지도 닮았단 말인가!

그들은 어쩌면 그다지도 닮았단 말인가! 그들은 어쩌면 모두가 하나의 틀에서 만들어진단 말인가!

누구나 같은 기회에 다른 생각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같은 생각만 떠오른단 말인가!


더욱이 그들은 저급한 개인적 의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독자들은 새로 나온 신간이라며 그런 가련한 자의 보잘것없는

잡담을 읽으면서도,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쓴 책은 책꽂이에 고이 모셔둔다.


일반 독자는 단순히 갓 인쇄되고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나오는 평범한 졸작, 매년 파리 떼처럼 무수히 생겨나는 졸작을 읽으려고 한다. 

오히려 이런 작품은 몇 해만 지나면,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영원히 지나간 시대와 

그 시대의 허튼 생각을 비웃는 단순한 재료가 될 뿐이므로, 이미 나온 날부터 내버리고 무시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