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총 52권의 소설로 마무리를 합니다.
올해의 독서 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특성을 이해하는 한 해였다.' 정도일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삶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설들을 찾아다니던 것 아니였나, 싶네용.
리스트들 중에서 Top 5 정도만 뽑아보고자 합니다.
1. 미국의 목가
: 백년의 고독과 이것 사이에 고민을 했는데, 미국의 목가가 더 취향이었던 것 같음...
첫째, 지금까지도 유효한 이야기라는 점. 물론 90년대에 나와서 그렇게 오래된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현재 뉴스나 유튜브에서 볼 법한 사상의 갈등, 세대의 갈등 등이 이 소설에서 상당히 적나라하게 드러남. 아마 읽어본 사람들은 속불 터졌을 거임. 스포가 되어서 말은 못하겠지만, 스위드와 스위드의 딸. 읽으면서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씁쓸함이 느껴지더라.
둘째, 필립 로스의 필력. 마르케스의 것과 비교하자면 유려함은 좀 떨어질 수 있을지 모르나, 대화의 탄력은 가히 압도적임. 정말 대화의 티키타카를 쫄깃쫄깃하게 그려냄. 이건 약간 편집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보통 대사를 적을 때 한 대사마다 칸을 띄어서 적으나 로스의 소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게 특징임. 문단을 나누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짐, 마치 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듯이. 근데 그 대사의 내용 자체도 꽤 과감하고 현실적이어서 시너지가 상당함.
셋째, 영역의 확장. 이 소설은 한 가정의 삼대(三代)를 다룬 소설인 동시에, 미국을 다룬 소설임. 괜히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게 아니구나 싶더라. 미국에 정착해 온 이민자들이 어떻게 이국 땅에서 자리잡아갔고, 그것이 어떻게 시대의 장애물에 부딪히나. 로스는 그렇게 개인의 영역을 통해 국가의 영역을 그려냈기에 이 작품으로써 훌륭한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음.
2. 백년의 고독
: 이 소설을 읽으면서 되게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 소설의 각 챕터가 여백이 거의 없음에도 윤활유라도 발라놓은 양 엄청 매끄럽게 읽혔음. 그리고 그 유려함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마르케스가 소설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싶었음.
대부분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 그렇지만 서사가 사건 중심으로 서술됨. 묘사도 물론 훌륭하지만 경이로운 사건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부엔디아 가문이 어떤 결말에 도달하는지, 매 순간마다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함. 특히 소설의 역사에서 아이코닉할 것이 분명한 장면들이 꽤나 등장함.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 못하겠지만 읽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함. 대표적으로는 '미녀 레메디오스'
하지만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은연 중에 남미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내용도 담겨져 있기에 그런 것을 찾아보는 재미들도 쏠쏠할 것 같음. (ex. 바나나 농장, 마꼰도에 비가 내리고있소 등등)
3. 안나 카레니나
: 일단 소신발언부터 하고 시작함. 레빈 풀베기 파트 재밌었다.
안나 카레니나를 그저 한 여자가 바람피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연인들이 각각의 어떠한 결말에 치닫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임. 그리고 이러한 서사의 구조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제각각이다.'를 여실히 보여주는 톨스토이의 큰 그림이구나 생각했고 이에 감탄했음.
건질 장면들도 꽤 많았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브론스키의 경마 장면, 검은 드레스 입은 안나 카레니나, 키티와 레빈의 첫 만남, 더 있지만 스포가 될 것 같아서 말 못하겠고..특히나 브론스키의 경마 장면 경우에는 그 속도감이 글인데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느껴졌음. 똘이는 소설의 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7, 8부인데 7부는 챕터 자체가 클라이막스여서 마음에 들었고 8부는 키티-레빈의 숲 속 소나기 장면을 정말 사랑함. 이 한 장면을 위해서라도 안나 카레니나를 꼭 재독해보고 싶음. 언젠지는 모르겠고.
4. 염소의 축제
: 이 소설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트루히요 암살 사건을 다룬 독재자 소설임. 파트의 시점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ㄱ. 트루히요 암살 모의자들
ㄴ. 독재자 트루히요
ㄷ. 상원의원 아구스틴 카브랄의 딸
여기서 ㄱ, ㄴ은 트루히요 집권 당시가 시간적 배경이고, ㄷ은 현재가 시간적 배경인데 처음에는 ㄱ,ㄴ 과 ㄷ이 시간적 배경이 다른 만큼 이야기도 뭔가 평행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가 중간 쯤에 이르러서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함. 딸이 왜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도미니카의 가족들을 찾아갔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소설의 스토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데 그 빌드업까지의 과정이 사람에 따라서 쪼오오오금 지루할 수도 있음. 그렇다고 재미없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그 후반부는 정말이지 폭풍처럼 휘몰아침. 솔직히 말해서 읽기 존나 힘들었음. 밤에 읽고 있는데 속이 안좋아지더라 진지하게. 토 나올 것 같았음. 그 내용이 뭔지는 읽어보면 알 거임...근데 확실히 마르케스보다 문장의 유려함이 떨어지긴 하더라, 대신 문장이 되게 단단했음.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
5. 남아있는 나날
: 여태껏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잔향과 씁쓸함을 그리는데 통달한 작가라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그러한 작가의 특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함.
흔히 감동적인 소설이라고 하면 약간의 신파도 들어가있고, 문체도 다소 먹먹해지고 하는데 이건 그런 게 없음. 무뚝뚝한 집사 '스티븐스'처럼 문체가 엄청 덤덤하게 진행되고 회상도 그저 과거를 큰 감정의 개입없이 떠올리는 정도임. 하지만 마지막에 '그 사람'과 만나게 되면서, 그 만남에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여운과 먹먹함과 후회가 독자들에게도 전달됨. 이게 진짜 신기했음.
잔잔한 로드 무비 본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듯.
뭐..이거 쓰고 나니까 딱히 순위가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섯 가지 뽑은 목록이 내일이면 또 달라질 것 같기도 하고,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내년에는 비문학도 편식하지 않고 읽는 건강한 독붕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2년도 독붕이들, 열심히 독서하자구.
시간 나면 프랜즌 것도 읽고.
이야 미국의 목가 땡기네
적극 추천함. 가족 서사 자체만으로도 스케일은 좀 작을지 몰라도 인생수정과 대적한다고 봄.
표백은 어땠어?
용두사미 같다고 생각했음...
그래도 캐릭터들은 되게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함ㅋㅋ 그냥 한 번 정도 찍먹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3개 반???대령 편지
제목이 라노벨 같아서 1점 깎음 ㅅㄱ
황제를 위하여 저거 어떤 출판사? 나는 민음사 샀는데 표지가 별로 안예쁜데
rhk 출판사임.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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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이 최고점이라 생각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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