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고 있는 책이 있고, 아마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을 거 같지만, 일단 결산해봤다.
베스트를 꼽아보자
1. 밤길 - 이태준
올해 15권의 한국소설을 읽었고, 대부분 근래에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올해의 한국소설을 꼽자면, 80년전에 쓰여진 이태준의 단편이다.
표제작인 <밤길>은 지독히도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과장되지 않게,
(그 과장이라는게, 과도한 감정의 표출뿐만 아니라, 과도한 감정의 절제를 포함한다.)
특히 전적으로 한국적 현실과 소재를 가지고 굉장히 세련된, 마치 19세기 러시아 단편같은 느낌의 소설을 써냈고
그 때보다 훨씬 살만해진 우리나라 소설가들이 비극의 강도를 비교하는게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얼마든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훨씬 덜 비극적인 상황 속의 주인공을 가지고,
조낸 징징거릴 뿐이거나, 혹은 마치 엄청난 삶의 시련을 달관했다는 자세로 써낸 요즘의 한국소설과는
차원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2. 제이컵을 위하여 - 윌리엄 렌데이
올해 읽은 범죄 장르 소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아니 지금까지 쓰여진 법정 스릴러물 중에서는 단연 역대급인 소설이다.
3. 숨 - 테드 창
테드 창은 단지 가장 잘 나가는 SF 소설가가 아니라, 가장 주목해야 할 현대 문학가라고 생각한다.
몇몇 단편은 보르헤스에 버금간다고 느낀다.
유일한 단점은 1년에 한 편만 쓰는 것이 아닐까?
언젠간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
4. 모든 저녁이 저물 때 - 예니 에르펜베르크
좋은 현대작가가 더 이상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니들이 좋은 현대 작가의 작품을 더 이상 읽지 않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삶이 연장된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에는 결코 접근할 수 없음을
그러니까 단지 나이를 먹는다고 현명해지는 것을 아님은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관점에서 삶의 한 단면만을 보고 살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5.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3명의 주인공 중 누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는 가에 따라 굉장히 다층적인 독서가 가능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의 디테일한 면을 세세하게 살리는,
거기다가 결말 역시 내 기준에선 완벽에 가까운 소설이고,
이디스 워튼은 버지나아 울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하는 평가가 온당한 작가다.
6. 태평양전쟁 - 유진 B 슬래지
미드 퍼시픽의 원작인 참전기이고,
어떤 소설보다도 현실적인 전투씬의 묘사가 압권인 논픽션이라서,
올해 읽은 비소설 부분에서 원픽으로 꼽았다.
좀 이따, 비문학편도 올리도록 하겠다.
혹시 리스트에 있는 책 중 궁금한 책 있으면 댓글로 문의주삼~
읽은 리스트 좀 짤려서 보이는듯. 워튼 평좋네
어 그러네 엑셀 붙여넣더니 모바일에서는 짤리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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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독갤러들을 비웃는 <까마귀>라는 단편도 추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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