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하이네
1
나는 겉은 금이고 속은 모래인 덩어리를 위해
함께 춤을 추지도 향을 피우지도 않아.
은밀히 내 이름을 찢어발기려는 놈이
악수를 청해도 받아 주지 않아.
나는 뻔뻔스럽게 치부를 자랑해 대는
반반한 창녀 앞에서 몸을 굽히지 않아.
천민들이 헛된 우상을 실은 승리의 마차에
말을 매도 나는 덩달아 잡아끌지 않아.
떡갈나무는 비바람에 쓰러지지만
시냇가의 갈대는 몸을 휘어
계속 서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런 갈대는 결국 무엇이 되지?
기껏해야 멋쟁이가 쓰는 지팡이가 되거나,
구두닦이가 쓰는 먼지떨이가 되지.
2
거지 행세를 할 테니, 가면을 다오.
그러면 거짓 가면을 쓰고
화려한 모습으로 뻐겨 대는 협잡꾼들이
나를 한패로 착각하지 않겠지.
천박한 말과 행실을 다오.
천민처럼 타락한 듯 행동해야지.
르리멍덩한 건달들이 젠체하며 뽐내는
멋진 정신의 섬광을 모조리 부정해야지.
그렇게 성대한 가장무도회에서 춤을 출 거야.
독일 기사와 사제와 왕들 한가운데에서
광대의 인사를 받으며, 알아보는 사람 없이.
모두들 목검으로 나를 두들겨 패겠지.
그게 바로 재미야. 가면을 벗으면
그 멍청이들 모두 입을 다물 테니.
3
염소 상판을 하고 나를 노려보는
몰취미한 얼간이들을 향해, 나는 웃는다.
뻔뻔스럽고 음흉하게 나를 염탐하고
놀란 듯 쳐다보는 여우들을 향해, 나는 웃는다.
의기양양한 정신의 심판자인 양 건방을 떠는
숙련된 원숭이들을 향해, 나는 웃는다.
독을 탄 무기로 나를 협박하는
비겁한 악한들을 향해, 나는 웃는다.
설령 행복의 모든 수단들을
운명의 손이 산산조각 내어
우리 발 앞에 내팽개친다 해도
몸속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고
찢기고 토막 나고 난도질 당해도
멋지고 날카로운 웃음은 우리에게 남아 있으니.
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