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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걸작 "무한한 재미" 는 흔히 햄릿의 오마주로 여겨진다. 제목부터가 햄릿의 대사 (a fellow of infinite jest) 에서 따왔고,


작중 중심이 되는 인칸덴자 가家 가 햄릿의 노르웨이 왕가와 똑 닮았기 때문인데,


1. 무력한 아버지, 작중 고인 (제임스 오린 인칸덴자, 약칭 JOI),

2. 다른 남자와 관계에 있는 어머니 (에이브릴 인칸덴자, 약칭 Moms (s 오타 아님, 실제로 애칭이 Moms 이기 때문)

3. 어머니를 "빼앗은" 것이 암시되는 삼촌 (찰스 T.)

그리고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은 못하지만) 주인공 할은 햄릿의 역을 맡기 때문


근데 난 약간 다르게 봄


물론 "무한한 재미" 에 있어 햄릿의 영향을 폄하할 순 없음


상징이나 의미같은걸 작가 본인이 대빵만하게 박아뒀으니까


따라서 햄릿의 재해석이라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움


그러나

1. "무한한 재미" 와 햄릿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어떤 피상적인 대응이 아니라, 두 소설 모두 "아버지와 아들" 의 관계를 다룬다는 것이며.


2. 이런 의미에서 또한 오마주 되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봄


우선 "무한한 재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의 피상적 오마주, 대응을 말하자면


제목부터 말해지는 햄릿만큼은 아니지만 이야기 내내 내비치는 구도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칸덴자 가의 삼형제


오린, 마리오, 할


1.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행동파 "오린"

2. 냉철한 지식인, 이성적인 "할"

3. 따뜻하고 인본적,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마리오"


어디서 많이 본 구도가 아닌가?


바로


1. 격정적인 망나니 "드미트리"

2. 냉철한 지식인 "이반"

3. 따뜻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알렉세이"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지만 당장 두 소설을 읽어보면 이 삼형제들은 매우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드미트리-표도르의 구도는 오린-제임스의 구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 (사실 이거 스포일러인데 쓸까 말까 하다가 걍 씀)


그리고 아버지마저 술에 쩔어 사는 모습을 보면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음


여기까지가 피상적인 오마주고, 여기까지만 보자면 infinite jest 의 인물들은 마치 햄릿+카라마조프 가를 합친 혼종처럼 보이지만


이런 대응 밑에 깔린 부성적 불안, 아버지-아들, 혹은 아버지-아들들의 관계를 파헤치면


카라마조프의 주제의식이 "무한한 재미" 의 그것과 더 가깝다고 여김


왜인지는 2탄에 쓸게요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