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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바빠서 하루에 100쪽 겨우 읽는 어려움속에ㅠ
일단 본인은 머리말->시 1편->주석 1편->시 2편… 색인
이렇게 읽었는데 아무런 기초정보 없이 읽다보니
머리말 말처럼 아예 주석부터 읽는거도 의심스러웠고
시 부터 읽으려고 했는데 1편읽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어서
“아 이건 적당히 타협해야겠다” 싶어서 하나씩 읽어나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중에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이라고 볼때마다 새롭고 아직도 해석이 분분한 걸작이 있음. 이거보다 더 난해하고 복잡하고 대체 뭔 개소리지 하는 영화들도 많지만 내가 그중에서 거울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 속 이미지들의 해석이 무엇이든 휘날리는 바람에 들판이 카메라의 속도와 동일하게 움직이는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은 변하지 않기 때문임.

마찬가지로 창백한 불꽃은 책 곳곳에 절묘하게 배치된 단어들의 함정으로 독자로 하여금 독해를 어렵게 하기도 하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올 땐 마치 어려운 퀘스트를 극적으로 깬 것 마냥 지적 황홀감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단순히 이러한 게임적 요소를 차치하더라도 제4편의 문장, “인간의 삶이란 난해한 미완성 시에 붙인 주석 같은 것” 을 통해 위대한 소설은 결국 이러나 저러나 독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때 그 위대함이 더욱 더 돋보이는게 아닐까 싶었음. 소설 전체의 구성을 요약하는 문장이면서 동시에 우리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이 문장이 책을 덮어도 계속 생각난다.

나는 비단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활동의 저변에는 각각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대한 성인이 될 생각도, 그럴 깜냥도, 심지어 그럴 자격도 없지만 내 빛바랜 삶을 어떻게든 닦아보려는 욕심은 있다.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책을 읽어보겠다는 내 소박한 목표가 상기의 욕심을 충족시킴에 있어 헛되지 않음을 이야기해준 것 같다. 

나 또한 나보코프의 대표작은 롤리타가 아니라 창백한 불꽃이 되어야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