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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유명한 소설이면서도 내 취향엔 안맞는 소설인 불륜소설을 한번 읽어보려고 골랐는데 생각보다 잘 읽었음
개인적 취향이지만 불륜소설로서는 안나 카레니나보다 이 소설이 훨씬 더 좋았음(안카는 상권읽고 너무 읽기 싫어져서 하권을 아직 안 읽은 상태긴 하지만)
안나는 이 여편네가 집도 정말 잘살고 남편도 나이차가 좀 나지만 좋은 사람인데 왜 불륜을 하는지 이해도 안가고
안나의 마음 속을 들여다봐도 나에게 있어서는 딱히 불륜을 할 만한 내면 묘사를 그렇게 설득력있게 드러내진 못한 것 같음.
반면 보바리 부인은, 에마가 무슨 내,외부적인 이유로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상당히 설득력있게 생각의 흐름이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불륜소설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어느정도 공감을 하게 만들었음
동시에 부인이 불륜을 저지르며 뢰뢰한테 속아넘어가 전 가산을 탕진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안마저도 파멸의 길로 내몰았음에도 한없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죽을때까지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죽은 샤를에게 한없는 안타까움과 인생의 허망함이 느껴졌음. 불륜을 저지른자와 불륜에 놀아난 자 둘 모두에게 공감하고 슬픈 감정을 느꼈는데, 이건 작가가 정말 설득력 있는 묘사와 서술을 해서 나에게 충분히 소설속 캐릭터들에게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샤를은 분명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착하고 늘 에마를 위하며, 큰 돈은 벌지 못하지만 의사라는 적당한 지위를 가져서 안정적인 중산층이었던 만큼 소박한 삶과 낭만을 꿈꾸던 여자라면 충분히 만족하고 잘 살았을 것임. 하지만 에마는 태생부터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는 게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음. 에마는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이며 화려했던 삶을 추구하며, 로맨스 소설 속 남자처럼 멋지고 완벽한 남자를 추구했고 늘 삶에서 그 이상의 뭔가를 꿈꾸는 여자였음. 그런 에마에게 재미없고 때로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샤를은 애초부터 맞지 않는 사람이었음. 작가가 이런 그녀의 성향을 세세하게 잘 묘사해서, 그녀가 왜 샤를을 점점 싫어하게 되고 불륜을 저지르는지 이해가 갔음. 샤를이 사람은 좋긴 하지만 분명 그녀가 정을 떨어지게 할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고. 에마 입장에선 이런 남자만 바라보고 늙어죽을때까지 살 생각을 하려니 끝없는 암담함과 좌절을 맛봤던 것 같음.
가장 기억 나는 건 절름발이인 이폴리트가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만들겠다고 수술했다가 실패해서 멀쩡했던 발을 절단하게 만든 일이 있었지. 억지로 샤를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보려던 에마가 샤를에게 완전히 실망해서 다시 불륜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중요한 사건이었지. 게다가 1차 불륜 상대한테 버림받고 1년동안 마음의 병을 크게 얻어 제대로 운신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자신의 사치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샤를과 자기의 딸까지 파멸의 길로 이끌자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리려 하지만 빌리지 못해 한없이 좌절하며 비소를 삼키고 끔찍한 고통과 함께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얼마나 결혼 생활 동안 고통속에서 살았는지 이해가 갔음.
이 소설은 단순한 불륜 소설이 아니었음. 그냥 줄거리만 따라가면 참 한심한 스토리지만, 줄거리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부 묘사에 집중해서 읽으면, 이 소설은 지루하고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좌절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낭만과 이상, 백마 탄 구원자를 찾으려 했지만 현실의 차가운 벽에 막혀 비참하게 죽어간 한 여자의 이야기였음. 나 자신도 젊을 적 화려한 미래와 낭만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내가 원했던 낭만과 이상은 그저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거라는 걸 깨닫고 씁쓸해했었기에, 불륜을 저지른 여인이라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여자였음에도 공감하며 몰입해가며 읽어갈 수 있었음. 개인적으로는 안나 카레니나보다 훨씬 더 가슴에 오래남는 불륜 소설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