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주인공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소설을 선호함
그런데 이 감정이입과
'동일시'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음
내가 말하는 '동일시'는 독자와 주인공이 일종의 연대, 편먹기를 해버리는 경향인데
이건 인물의 내면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명하는 차원에서 훨씬 더 나아간 것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감정이입하며 읽을 순 있어도
그 소설 자체가 독자에게 동일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
물론 홀든 콜필드는 우울과 염세와 때로는 자기연민에 취해 떠들어댐
하지만 소설의 큰 프레임은 그런 홀든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한편으로 독자가 그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유도함
(또 한편으로 홀든 스스로도 지난 크리스마스를 회상하며 일종의 자기성찰을 진행하는 중)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설에 찬성한다는 것과
홀든 콜필드에 찬성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
(홀든 스스로도 지난 크리스마스의 자기 자신에 찬성할 지 의문인데...)
그런데 유독 이 소설에 대해서만큼은
홀든 콜필드에 찬성할 수 있어야만
이 소설에 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뭔가 그런 경향이 있는듯함
어쩌면 소설이나 픽션에 대한 최근의 전반적인 경향이 그럴지도 모르겠음
유독 프로타고니스트에 강한 동일시를 요구하고
그래서 그들이 강한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강하게 심판당하는
한편으로는 감정적 연대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냥 편먹기에 지나지 않는
당연히 홀든 콜필드가 싫다고 이 소설을 싫어해야 되는건 아니지만 워낙 인물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 그런 경향이 생기는듯??? 나야 홀든도 엄청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이고 소설 자체도 좋아한다만
씌벌 적당히 찌질해야지... 책 속에 들어가서 패주고 싶음 ㄹㅇ로
존나 재밋게 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