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를 직접 다루는 1차 사료론 크게 플라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이렇게 세 저자가 있다.
간혹, 아리스토텔레스까지도 어거지로 끼워넣기도 하는데, 이쪽은 제자의 제자 라인이라서 그렇지, 살아있는 소크라테스와는 만난 적이 없고, 이 셋은 실제 소크라테스와 교류하던 이들임.
독붕이에게 제일 친숙한 건 역시 플라톤이겠지만, 사실 플라톤이나 크세노폰이나 말년의 소크라테스 밑에 들어간 뉴비들이다. 물론 플라톤은 집안 자체가 죄다 소크라테스 제자 라인이라서 좀 의미가 다르지만, 이건 조금 있다가 언급하고.
철학적으론 플라톤의 소크라테스가 당연히 제일 중요하지만, 의외로 가장 흥미로운 건 아리스토파네스임. 왜냐?
아리스토파네스는 당시 아테네의 유명 희극 작가고, 소크라테스를 '까는 걸'로 유명한 희극 '구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켰다는 게 중요함.
이 당시 아테네 희극은 서양으로 치면 정치-풍자 스케치에 가깝다. 아테네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다 아는 사회적 소재나 정치가, 혹은 유명인들을 가지고 와서 조리돌림과 풍자를 하는게 주 내용인데, 아리스토파네스는 하필 소크라테스를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시킨다.
이게 무슨 뜻이냐?
유명 정치가나 군인, 시인, 귀족도 아니고, 말 그대로 아무 배경도 없는, 아고라에서 사람들 귀찮게 질문 던지는 할배를 등장시켜도 아테네 사람들은 다 누구인지 안다는 뜻임.
물론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내용이 전부 사실인지는 좀 거리 두고 따지긴 해야함. 다른 작품들 봐도 악의적인 풍자와 인식공격도 많으니까.
더 중요한 건, 소크라테스를 희극 주인공으로 삼은 게 아리스토파네스 뿐만이 아님. '구름'이 희극제에 출품되었을 때 경쟁하던 라이벌 아메피시아스가 '콘노스'란 작품을 출품했다고 기록되는데 이 희극에서도 소크라테스를 다룬 걸로 기록이 전해짐.
동시대 희극 작가 에우폴리스도 소크라테스를 등장시키는 희극을 썼다고 알려졌고, 이 두 사람의 작품은 그 소크라테스를 다루는 부분만 파편으로 내려온다.
이 당시 유명 희극 작가들이 소재로 다들 한 번 쯤은 삼을 정도로 소크라테스가 존재감은 확실했다는 뜻임.
아테네에서 수십 년간 사람들에게 산파법으로 어그로를 끈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명한 기인이 된 소크라테스였지만, 사실 그 제자들 덕분에 더더욱 주목받고, 끝내 사형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철학적 말고, 당대에 가장 유명할 소크라테스의 제자 두 명을 뽑으면 아마도 알키비아데스와 크리티아스가 뽑힐 거임.
애네가 누구냐?
알키비아데스는 '향연'에서도 나오고, 소크라테스에게 열렬하게 구애하는 제자이기도 하지만, 당대 아테네 최고 명문가 출신이자 유력 정치가 및 장군으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엄마가 페리클레스의 사촌이고, 어릴 적부터 아테네 황금기를 이끈 페리클레스가 후견인으로서 키운 자식 뻘 되는 얘임.
근데 문제는 알키비아데스가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싸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거대한 트롤링을 하면서 아테네를 파멸시킨다.
정적들의 공격으로 위기에 몰리자 그대로 스파르타로 넘어가서 아테네 몰락시키는데 일조하는 등 이 인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문제는 얘는 당시 사람들이 다들 소크라테스 수제자로 아는 애임.
일단 여기서 1스택.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선 익히 알려졌듯 아테네는 장대한 삽질 끝에 스파르타에게 패배한다. 이때 스파르타는 아테네에게 무엇을 했냐?
애초에 쌈박질 밖에 못하는 놈들이라 아테네 합병 같은 건 당연히 못하고, 아테네의 친스파르타 정치가들로 새롭게 과두정부를 세움. 이게 흔히 말하는 '30인의 참주들'이고.
근데 문제는 이 30인의 참주들을 이끈 대표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유명한 크리티아스다.
크리티아스는 우리의 플라톤과도 굉장히 연관이 깊다. 플라톤 엄마의 사촌 오빠다. 당연히 아테네 유명 정치 가문 출신의 귀족 정치가이기도 하고.
플라톤 집안은 그야말로 성골 소크라테스 제자 집안이다.
크리티아스를 시작으로 플라톤의 외삼촌인 카르미데스, 플라톤의 형들인 글라우콘과 아데만토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플라톤까지 온 일가가 죄다 소크라테스랑 어울리는 걸 보면 유전자 단위로 소크라테스빠돌이 기질이 있었다.
근데 크리티아스는 앞서 말했듯 친-스파르타파다. 친-스파르타 과두정을 유지하기 위해 아테네에 남아있는 반-스파르타 시민들을 말 그대로 학살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카르미데스도 함께 동참했다. 30인의 참주는 아니지만,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 관리자로 함께 일했다.
9개월 동안 시민이 천 여명 죽었다고 전해지는데, 작은 숫자 같지만, 당시 남아있는 아테네 시민이 만 명 정도로 추정되므로 시민 10프로를 죽였다.
당연히 이렇게 죄다 냉혹하게 죽이고 재산을 약탈하고 하다보니까 또 다시 아테네에서 내전이 터지고, 이 내전에서 반-스파르타파가 끝내 승리하고, 크리티아스 등을 죽이면서 아테네가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지금도 인민재판이다 뭐다 감정적인 대응이 인터넷은 물론 현실에서도 간혹 일어나는데, 시대는 기원전이다.
알키비아데스 놈이 끝없이 배신하면서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하고, 크리티아스 놈이 남아있는 시민들 학살하면서 내 가족, 친구가 죽었는데, 두 놈 모두 죽어서 분풀이도 못하지만 때마침 이 두 놈 모두 소크라테스랑 어울리면서 제자로 알려진 놈들이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전 끝에 승리하다보니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미 죽었어야할 놈들은 일단 죽었으니까 우리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서로 책임 묻지 말고 다 묻자 고 합의를 해서 소크라테스를 알키비아데스나 크리티아스의 스승이라고 법정에 고발해서 죽일 수도 없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신성모독으로 고발하는 건 필살기 같은 거라 이미 이전부터 수많은 아테네 유력 정치가들이 정적을 처리하고 싶을 때 신성모독으로 고발해서 처리하곤 했다.
그래서 이러한 복잡한 배경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고발당하고, 빡친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도발을 하면서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이후의 일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면 왜 하필 소크라테스가 오늘날까지 유명해졌냐?
물론 플라톤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소크라테스 사후 그리스 철학자들은 크게 4개의 학파로 나뉘게 된다.
-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학파
- 파이돈의 엘리스 학파
- 에우클레이데스의 메가라 학파
- 디오게네스와 견유학파들.
플라톤 - 소크라테스 제자임.
파이돈 - 소크라테스 제자임. 애도 독자적인 소크라테스가 나오는 대화편을 썼다고 알려졌지만, 전해지는 건 없음.
에우클레이데스 - 소크라테스 제자임.
디오게네스 -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안티스테네스의 제자임.
여기에 플러스로 아리스티포스의 쾌락주의인 키레네 학파도 들어가기도 하는데, 아리스티포스도 소크라테스 제자임.
디오게네스가 소크라테스의 제자의 제자란 이야기는 훗날 견유학파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스토아 학파가 자신들의 뿌리를 소크라테스로 포장하기 위해 날조했다는 설도 존재하지만, 굳이 뿌리를 소크라테스로 세탁하려고 할 정도로 이미 근본 취급을 받았다는 뜻이고, 소크라테스 사후엔 공자의 제자들처럼 소크라테스 제자들이 그리스 철학계를 다 접수하면서 근본이 된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냉혹한 그리스 시대의 역사 원전은 당연히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와 그 뒤를 잇는 크세노폰의 '헬레니카' 초반부,
플라톤 말고 조금 더 색다른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
그리고 이런 소크라테스와 아테네 역사를 함께 다루는 좋은 교양서 베터니 휴즈의 '아테네의 변명'을 읽으면 더 재밌다.
소크라테스는 공자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노자다. 이렇게 짝지으는 거 꽤 많이 유사성이 있는듯.
아아, 테스형!
ㅅㅂ... 이 글 엄청 깊이 있는 글이구나... 메기라 학파는 모르지만 에우클레이데스가 유클리드니까 아 그렇구나 했다... 둘이 다른 사람이구나
아테네 씹인싸 소크라테스가 두려워져요
자기가 쓴 책은 한권도 없는데 말은 진짜 많이 했는 모양이네 ㅋㅋㅋㅋ
꼬장부리고 다니는게 좆같아서 죽인건줄 ㅋㅋ
그럴리가 없지
정리 ㅊㅊ
퀄리티 굿이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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