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2019년까지 16권 완간"


한국칸트학회가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한길사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칸트전집 출간에 나섰다. 학회에 속한 철학자 34명이 독일 학술원이 발간한 '칸트전집' 대부분을 번역해 내년 가을까지 모두 16권을 펴낸다는 것. 석정(石亭) 이정직이 1905년 '강씨(칸트)철학설대약'을 내놓은 지 110여 년 만의 성과다.


칸트학회장인 이충진 한성대 교수는 "이번에 나오는 번역서가 기존에 일부 번역됐던 책들에 비해 수준이 높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학회가 공인한 번역서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출간될 책은 예외 없이 칸트전집을 기준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트학회는 칸트가 생전에 출간한 저서 중 '자연지리학'을 제외한 책은 거의 모두 우리말로 옮기기로 했다. 그중 '비판기 이전 저작Ⅰ·Ⅱ·Ⅲ',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는 국내 초역이다.


학회는 번역 작업을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기존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역자마다 다르게 쓴 용어를 통일하고,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독일어와 라틴어 병기는 지양하고, 역주는 뒤에 한꺼번에 배치했다.


칸트전집 1차분


학회가 통일성 유지를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용어다. 이를 통해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과 아프리오리(a priori)를 번역할 때 각각 '선험적'과 '아프리오리'를 쓰기로 했다. 트란스첸덴탈은 기존에 '선험(론)적'이나 '초월(론)적'으로 옮겨졌고, 아프리오리는 '선천적'이나 '선험적'으로 번역됐다.


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아프리오리를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프리오리는 경험에 앞설 뿐 아니라 경험과 무관하다"며 "선천적이나 선험적이라는 말로 옮기면 칸트의 생각을 곡해할 수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영미권, 일본과 비교하면 칸트전집 출간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도서관에 놓인 칸트전집이 한 사람에게라도 자극을 준다면 철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