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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로 점철된 에이하브와 무시무시한 리바이어던 모비딕이 벌이는 3일간의 사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다양한 희노애락들. 이 소설은 단순한 비극이라 볼 수 없다. 향유고래에 대한 경외감이자 정해진 결말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명작이다. 이 소설 속에서 흰고래 모비딕은 사실상 신급 존재이자 상상 속의 괴물이다. 그리고 이 리바이어던에게 다리 한 쪽을 빼앗긴 에이하브는 자신에게 처한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뿐만 아니라 운명의 여신이 정해놓은 길을 벌겋게 물들이려고 한다. 결국 종은 울렸고, 피쿼드호는 가라앉고 말았다. 거대한 신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음으로. 그러나 주인공 이스마엘은 살아남아 우리에게 이 서사시를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고래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과거엔 욕심 많은 인간들의 표적이었던 향유고래는 지금에 와서야 넓고 푸른 바다 속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들한테 날카로운 무기와 비열한 웃음이 아닌 깊은 이해심과 따뜻함으로 그들을 지켜본다. 그렇게 된 건 치열한 싸움을 벌인 에이하브와 모비딕이 심해로 떠내려 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끼린 계속 싸우고 있는 중이라도 지금 우리는 평화롭게 지내야 하지 않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