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난봉꾼 와서
념글에 키배로 온갖 어그로 끌어들이는데
개인 취향을 말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남들 취좆하는 게 참 보기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반박할 겸 데미안, 롤리타, 나아가서 소설 그 자체에 대한 내 짧은 견해를 밝혀보려고 함
데미안은 분명 명작에, 문학적 가치가 높은 소설이지만
나보코프랑 별개로
내가 데미안을 다 읽고 느낀 건
소설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책
이었음
"이 새끼가!!!!! 데미안이 당시 얼마나 많은 청년을 위로하고 방황하는 사회에 사상적 비전을 제시한 책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냐!!!!!"
라고 화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데미안은 에세이에 가까운 책
더 정확히는
소설 형식을 빌린 에세이
라고 보는 거
일단 자세히 말하기 전에
모두 알다시피 데미안은
성장 소설의 교과서, 시초격이라 불릴 만큼
현대에서 쓰이고 창작되는 대부분 성장물하고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 소설이란 건
내가 어릴 적 키운 뽀삐(말티즈, 목줄 뜯고 가출함)도 알고 있을 사실임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현대 성장물은 주인공이 성장해야 할 동기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반면
시초격인 데미안은 주인공이 어째서 성장해야 하는지
성장해서 무엇을 이뤄내야 하는지
목표, 동기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음
물론 성장하고픈 마음은 누구에게나 내제되어 있음
내가 그저께 푸쉬업을 깨작거린 건
어린 시절 나를 억압한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뱃살 나온 엄마랑 아빠보고
아 나도 나이 먹고 저렇게 되기 싫으면 운동해야지
라고 생각해서임
실제로 데미안에 나오는 주인공은(옛날에 봐서 이름 까먹음 ㅈㅅ)
마음속에 선과 악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겪고
술과 여흥에 빠져들었다가 아름다운 여자 봐서 바로 갱생하고
우연히 교회에서 연주자 만나 모닥불 앞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고
그러다가 다시 데미안을 만나 이윽고 자기 자신이 (비유적으로) 데미안이 되는
다재다난한 성장기를 겪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정해진 목표나 구체적인 동기는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음
"성장물에 목표나 동기가 꼭 제시되어야 성장물로서 완성도 높다고 할 수 있는 거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목표나 동기는 사실
성장을 겪는 주인공이 아닌
그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독자, 관찰자를 위해 제시되는 거임
나 개인에 한정해서 보면
성장해야 할 동기나 목표는
단순히 성장을 도울 자극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타인에게 공감을 사기 위해선
성장해야 할 이유를 납득시킬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임
실제로 데미안은 사람에 따라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다 vs 뭐하는 책인지 모르겠다
로 크게 의견이 갈리는데
만약 데미안 속 주인공과 유사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혹은 주인공과 비슷한 내적 고민을 겪었다면
주인공에게 충분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위의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면
독자를 설득하여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
동기나 목표가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못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비유적으로) 데미안이 되는 순간에 어떤 감명도 얻지 못하는 거라고 봄
그리고 데미안이 당시에 명작으로 불린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세계대전 이후 방황하는 수많은 청년에게
데미안 속 주인공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임
다른 누가 아닌 '나' 자신이
데미안이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많은 청년에게
새로운 세계가 탄생할 거란 비전을 제시하며
그들이 겪은 전쟁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위로하기 때문임
단순히 '소설'로서, 이야기가 탄탄해서가 아니라
'에세이'처럼 메시지가 큰 공감을 얻었기에 명작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내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에세이라 하는 것도
데미안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데미안이 고전적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거임
문제는 아무리 고전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결국 지금 시대, 특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정서적으로 맞지 않기에
아무리 메시지가 뛰어나다고 해도 소설로선 별로라고 느낄 수 있음
실제로 나도 데미안 읽은 직후엔 감동받기보다
어째서 명작이 된 건가? 하고 혼자 분석하기만 했으니까
적어도 내 기준에선 그렇게 분석하는 시점에서 몰입에 실패했다는 뜻임
그리고 이런 데미안하고 양극단에 있는 소설이 있는데
바로 작가 본인이 직접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고 밝힌 롤리타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데미안하고 다르게 롤리타는 중후반까지 읽다가 덮었음. 이유는 후술)
롤리타는 험버트를 옹호하지 않기 위해
머릿말에 미리 '과몰입 ㄴ'를 써놓고 가지만
읽는 동안에 험버트의 쩌는 말빨과
작가의 섬세하고 탄탄한 묘사력 덕분에
"우효~ 재혼한 아내가 차에 치여 죽었으니 이제 딸아이는 내꺼라구~"
라는, 정리하고 보면 미친 스토리를
독자가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음
즉 롤리타는 어떠한 메시지, 철학적 교훈이 없더라도
묘사력, 더 정확히는 몰입감만 놓고 보면
데미안하고 다른 면에서 명작이라고 봄
물론 엔딩은 못 봐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판별해야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중후반부까지는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표지 드러내고 읽느라
주변에서 개미친 페도새끼 신고해야 한다면서 수근거려도
8년지기 친구(거유파, 어릴 때 빈유파였다가 어른 되고
돌아섬. 돌아이)가 날 손절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해도
아몰랑 하면서 읽을 만큼 몰입감 쩌는 소설이었음
그래서 아껴 먹는단 심정으로 책꽂이에 꽂아뒀는데
그대로 까먹다가 념글 보고서 그제야 롤리타 안 읽었던 거 떠올림. 생각난 김에 마저 봐야지
암.튼
작가가 실제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썼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난 롤리타 자체가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졌음
페도필리아라는, 거부감 미친듯이 강한 소재를
어떻게 하면 독자가 몰입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순수하게 묘사력을 이용한 몰입감을 추구한 결과물이 롤리타라고.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마치 일류 제빵사가 영양가 신경 안 쓰고
크림을 듬뿍 넣어 '맛'만 추구한 크림빵 같은 소설이라는 거
물론 헬창은 그거 보면
세상에 저런 걸 먹냐고, 이해가 안 간다고 기겁하겠지만
누군가가 영양 위주로 신경 쓰며 음식을 먹듯
누군가는 맛을 추구하며 음식을 먹기 마련임
누군가는 철학적 사유로 책을 읽듯
누군가는 몰입, 색다른 체험을 위해 책을 읽기 마련이고
문제는 영양가와 맛을 항상 동시에 신경 쓰기 어렵듯
메시지와 몰입감을 다 추구하기는 어렵고
여기서 갈등이 생겨
메시지를 더 중요시하는 파와
몰입감을 더 중요시하는 파로 나뉨
여기서 메시지를 정하는 요소는
철학적 사유, 사상의 유무 등등이 있고
몰입감을 정하는 요소는
캐릭터, 서사, 묘사력 등등이 있다고 봄
그런데 여기서 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면
순수하게 메시지를 추구하고, 메시지만을 중요시하는 건
적어도 소설, 이야기라는 영역에선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봄
어째서 부모가 자식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가?
왜 한 개인의 이야기가 인간의 마음에 깊은 감명을 주는가?
만약 하고픈 말, 메시지가 있다면
그걸 직접 논리적으로 말하지 않고 번거롭게 이야기로 변환하는 건 어째서인가?
정말 간단한 이유인데
그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더 깊게, 오래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임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있다고 하는 것보다
그러면 차에 치여서 다친다고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듯
도덕과 윤리, 법과 제도, 철학과 사상은
닭가슴살처럼 퍽퍽해서 먹기 힘들지만
닭가슴살에 드레싱을 뿌리고 양상추랑 토마토를 곁들이면
맛있는 닭가슴살 샐러드가 되듯
메시지에 서사, 캐릭터, 묘사, 등을 곁들이면
딱딱한 교훈도 훌륭한 이야기가 되는 법이고
그것이 난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라고 봄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우리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주체로 있는 한
우리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읽게 될 거고
그건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라고 봄. 물론 그중에
데미안과 롤리타처럼 조금(혹은 많이)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그때마다 사람들 의견이 크게 갈리겠지만
근본적으로 소설의 메시지와 몰입감에 대한 논쟁은
너무 다른 부분만 신경 쓴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본질을 까먹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어차피 웬만큼 소설 읽은 사람은 다 알 내용이지만
그래도 생각 정리하고픈 마음에 썼는데
모바일이라 더는 못 쓰겠다
마지막 날림으로 쓰고 이만 튐
오늘 저녁 짜장면 곱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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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바꿈 뺴고도 짧지가 않은데 ㅋㅋ 주인공은 싱클레어임 헤세가 융 심리학 바탕으로 한 정신의학과 꿈에 관한 상담 이런게 녹아 있고 그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 거의 준필수급으로 동반해야된다는 점에서 에세이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봄
긴 거는 쓰다 보니 오지게 늘어남 ㅋㅋㅋ 줄여야 되는데 데미안이 융 정신의학이 많이 녹아있다는 말은 듣긴 들었는데, 개인적으론 그걸 때놓고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는 명작인듯 - dc App
나보코프는 단지 유희를 위해 쓴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문학/예술이 윤리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져주면서도 재미까지 살뜰하게 챙긴 롤리타 승
오히려 비윤리적인 소설이라 더더욱 윤리를 강조한 듯 나도 갠적으론 롤리타 한표 - dc App
짧은 견해라면서 왜 이러캐 기냐...
긴 견해로 수정하고픈데 비번 까먹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