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7fed8274b58369f251ef8fe0468172730337927ecd5cb5a5912c8638417ea7c2



나무위키에서 우연히 아문센과 스콧이라는 두 사람의 첫 남극점 도달 경쟁에 대한 문서를 읽었는데 너무나 흥미로웠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책을 찾아보니 교보문고에서만 이 책의 전자책을 팔고 있어서 샘 베이직 이용권으로 저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줄거리를 이 글에 줄줄이 써넣는 것보단 링크해둔 해당 나무위키 항목을 한번 읽어보고 오는 게 낫다.


해당 나무위키 문서도 꽤 꼼꼼하고 재미있게 쓴 편이지만 확실히 책은 나무위키의 내용보다 훨씬 깊고 폭넓은 배경지식과 디테일을 알려준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너무 흥미로워서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버렸다.


완독 후 눈에 띈 점이라면, 나무위키에서는 아문센을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 스콧을 나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책을 보면 그렇지도 않았던 걸로 보인다. 내 생각엔 딱히 더 착한 사람은 없었으며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문화적 차이,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상황이 두 사람을 엇갈린 결과로 내몰았을 뿐으로 보인다. 저자는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 편도 들지 않고 매우 건조한 문체로 진지하고 공정하게 서술한 것 같다.


아문센이 남극 탐험에서 요한센이란 동료를 배제하고 쫓아낸 이유를 나무위키에서는 요한센이 걸림돌에 불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어놨지만 책에서 여러 기록들을 종합한 디테일한 서술을 읽어보니 오히려 요한센의 행동이나 판단이 옳았다. 아문센의 비판을 참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격 때문에 마찰을 빚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문센은 9월의 경솔했던 첫 출정에서 돌아올 때 일부러 뒤처진 동료 한 명과 요한센을 내버려 두고 먼저 복귀하여 부하들의 신뢰를 잃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데 이 행동은 사실 식량과 취사도구, 텐트도 없이 얼음 황무지에 남겨진 요한센 일행을 죽이려고 했던 걸로 보인다.


또 아문센이 부하들에게 바다표범이나 펭귄을 함부로 쏴 죽이지 말라고 명령한 것을 보고 나무위키에서는 정의로운 사람이어서 야생 동물을 아껴서 그런 것처럼 묘사했으나 책을 읽어보니 야생 동물을 함부로 해치지 말라던 명령이 딱히 그런 이유 때문도 아니었다. 책에서 묘사한 바로는 아문센은 개 썰매를 끌고 남극점을 향해 가면서 약해진 개들을 가차없이  쏴 죽였다. 심지어 어느 날에는 하루에 27마리나 쏴 죽였다고 하는데 이처럼 아문센은 피도 눈물도 없는, 오로지 스콧 일행보다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겠다는 무서운 집념밖에 없던 사람이었다.


책을 검색하다 보니 아문센의 위인전도 있던데, 이런 껄끄러운 내용들은 다 잘라내고 썼을 것 같다.


또 스콧도 성장환경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들이 처한 곤경을 고려하면 그렇게 나쁘고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문센이 너무 철저했을 뿐이지, 일반적인 사람을 남극에 보내놓는다면 그 판단력은 스콧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스콧은 남극을 과소평가하여 아문센보다 준비를 덜 했던 것이고 그 대가를 죽음으로 치렀다.




7fed8274b58369f251ef8fe64f847c7391c1e68fda488c0aef82901e59e00c3f


책 본문 중간마다 나무위키에는 없었던 두 남자와 동료들의 일지 내용과 당시에 찍은 사진들이 많이 삽입돼 있어서 몰입감을 더해줬다. 읽는 내내 100년 전 전인미답의 남극을 탐험했던 탐험가들의 생각과 용기, 희생정신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정보 전달에 있어서 나무위키는 서술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선 나무위키보단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책은 안 보고 "나무위키 읽으면 되지 책을 왜 읽냐"라는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강제로 앉혀놓고 읽혀주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