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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몰두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무얼 위해 그것을 하느냐?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본심은 사실 단순하다. 재밌기 때문이다. 여러 거창한 목표의식이나 속물적인 이유도 분명 있기야 하겠지만, 대체로 이 모든 것들은 그걸 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다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서술은 모든 이뤄진 일들을 폄훼하기 위한 서술이 아니라, 반대로 그를 위한 원동력인 "재미"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서술이다. 우리는 이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던 동기에 너무나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이 무관심함은 게임에 대한 접근에 그대로 옮겨오는데, 게임에서 재미를 이끌어내는 요소들 중 오직 눈에 띄는 시각적 외형 정도만을 가져와 활용하는 것이 그 예시다. 물론,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외형은 일차적으로 친숙한 게임의 개념을 불러와 접근성을 낮춰주기야 하겠지만, 그 이상의 역할은 못한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여기서 떠날테고, 그럼 이제 막연히 다시 한 번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는 공허한 어구만 그 빈 자리에 남는다. 하지만 게임이 게임일 뿐이라면 어째서 게임이 이리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걸까?



게임의 재미에 대한 분석은 단순히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옮긴이가 TRPG에 대해 말하거나 내가 고전적인 텍스트 게임-혹은 게임북에서 매력을 느끼듯이, 이 매체 역시 게임의 재미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게임의 재미는 적당히 어려운 도전과제로부터 그 반복되는 패턴에 익숙해지는 데에 있다. 몸을 움직이는 류의 게임이라면 몸이 거기에 익숙해지고, 머리를 쓰는 게임이라면 머리가 그 사고 방식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게임에 대해서 풀어말하는 과정에서, 사실 그럼 게임이라는 것이 너무 막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이라는 것의 경계는 너무나 막연해 엄격한 분류가 무의미할 수준이다.



http://hellowordl.net/



개인적으로 요즘 재밌게 하고 있는 단어 퍼즐 게임인 wordl에서부터 보자. 이 게임은 숫자 야구와 행맨을 결합해 다섯 글자의 영단어에 들어갈 알파벳을 맞추는 게임이다. 물론 비디오 게임이지만, 사실 이 게임은 그대로 공책에 옮겨올 수 있다. 물론 모든 퍼즐 게임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Baba is You, The Witness, Snakebird 등의 게임들은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옮기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허나,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이 게임의 퍼즐들을 일종의 판 위의 말로 환원해 옮긴대도, 그 핵심적인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퍼즐 게임만 그런 것도 아니다. VR 게임인 비트 세이버를 보면, 실제로 이에 해당되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과정이 비록 축약된 형태라지만 상당히 밀접하게 게임 플레이어의 행동에 체화되어 있다. 이 때,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과정은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채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모듈이 된다. 몸을 움직이는 재미와도 다르고, 그저 버튼을 누르는 재미와도 다른, 다른 요소로 환원되지 않는 목표 달성의 재미로. (그리고 별개의 이야기지만, 군대에 있던 시절 액셀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 함께 하곤 한 RPG 게임 따위도 그 조악한 형태로 인해 이 안의 본질적인 재미를 포착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추상적인 재미를 상당히 대중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이 게임의 재미라는 이름의 패턴 학습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그 배움이 어떤 식으로 우리를 자극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디오 게임이라는 형태에서 어떤 식으로 재미를 변형시킬 수 있고, 또 다른 방향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형식을 개발해야 하리라는 선언까지 듣고 있자면, 한 때 영화가 모든 문화에 영향을 준 것처럼 게임 역시 그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생각이 든다. 최적화와 경영을 목표로 제시하는 현대의 게임들은 과연 우리가 그리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렇게 진화한 걸까, 아니면 반대일까?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예전에 읽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당시 총기 난사 등의 문제로 인해 게임의 부작용에 대비되는 가치에 대해 질문 받던 사회적 인식 속에서 어떻게든 게임을 음란물보다는 예술에 더 가까운 것으로 위치시키고자 약간은 억지로나마 게임의 윤리성, 예술성,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와닿지는 않는다. 특히 게임 속 재미의 내용물과 그 외형이 솔직히 큰 관련이 없기에 GTA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매춘부를 이용하고 다시 돈을 갈취하는 행위에서 실제 범죄에 대한 동기를 이끌어낼 수는 없으리라는 서술을 앞서 읽은 채 듣자니 더더욱. 안 그래도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노골적으로 접근해 특정 종류의 비디오 게임들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그로스먼의 <살인 세대>를 읽으려 생각하고 있다. 게임은 어디까지 나아가도 되는 걸까?



P. S. 석유 문제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게임 World Without Oil을 인용하는 걸 보고, 문득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 Fate of the World가 떠올랐다. 허나 애석하게도 이 게임은 저자가 후반부에서 말한 윤리적 패딩이 조금 부족하다. 환경 문제를 억지로라도 억누르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하는 정책들을 쓰는 걸 보면, 잠시 동안 이것이야말로 게임 뇌에 너무 몰두해 세상을 너무 계산적으로만 바라보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가도 정작 환경 단체 중에 실제로 환경 보호를 위해 원주민들을 죽일 용병들을 고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게 떠올라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P. S. S. 이 책의 저자에 대한 말은 아니지만, 문득 게임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고 게임을 즐기지도 않는 자들에 의해 농단되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정작 게임이 아닌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는 그런 태도로 접근하고 싶어하는 걸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도 분명 게임에서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재미처럼 무언가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