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저는 '특정한' 질문들에 대해 권위자의 문장 만을 빌어 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자신이 직접 탐구하고, 경험하지 않은 해답은 그렇지 않은 것(비록 비교적 불완전할지라도)에 비해 의미의 무게가 가볍고,
답변자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시를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고통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자연에 의한 것이든, 인위에 의한 것이든, 그 상호 작용으로 인한 것이든,
아름다움을 느낄 때에 저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일상적인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시적 언어로써 그러한 전달에 성공하였느냐고 스스로 되물어 본다면, 그것은 지독한 수치심을 닦아내야지만 간절하게 착각할 수 있는 짧은 순간을 제외한다면, 오로지 확연한 실패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막막한 고통은 피하고자 하는 것이 이성적 태도이겠지만, 이 고통이 삶에 대한 혐오와 애착을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동반하기에 저는 스스로 아름다움으로 부르는 이 고통을 어설프게나마 좇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표면적인 미추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공감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이 실존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느끼는 슬픔과 절망, 공포, 그리고 기쁨과 희망, 행복 등의 정서를 남기고, 전달하고, 전달받으려는 시도는 곧 인간의 가치에 대한 증명과 수호의 의미를 지닙니다. 부족하게나마 정리하자면, 공감은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입니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혼'이라는 단어는 기존의 종교적, 과학적 의미가 아닌, '그 모든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ㅡ그리고 삶에, 가치가 내재한다는 믿음'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에술 매체로서, 저는 '시'가 다른 매체들에 비해 몇 가지의 차이점을 가진다고 말할지언정 태생적인 우월함을 갖는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모 시인이 시 한 줄을 쓰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겠다는 시구를 쓴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는 창작자의 고통을 은유한 것이지 시인 만이 독점하는 괴로움은 아닐 것입니다.>
-시대에 따른 시 역할의 변화에 대한 짧은 생각.
전화, 문자, SNS 등- 통신 기술의 발전이 있기 전, '시'라는 행위는 인류가 서로의 정서를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보편적인 수단이었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는 시를 쓰는 사람 만이 시를 읽는다는 말도 있을 만큼 (이런 말을 들은 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이 지난 것 같습니다.)
시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보다 축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전, 문예창작학과에서 수학하던 친구에게 듣기를, 여기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아픈 사람이 대다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시를 읽는 사람에 대한 문장에 의하면 그러한 신경성이 불러 일으키는 창작의 욕구와 충동성을 지닌 사람에 의해서만 현대에서 시는 읽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는 시인의 언어적인 기술(技術) 뿐 만이 아니라, 삶과 정서와 정신에 의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시가 드러내는 사람의 고귀한 특성 중, 순수함을 가장 사랑하는 저로써는,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을 가하는 자본과 투자를 필수적으로 요하는 일부 현대적인 매체보다 시가 창작자의 의도와 순수함을 더 고스란히, 솔직하게 전달하기에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다른 매체들, 미술, 음악-노래, 소설과 시의 차이와 공유를 논하기에는 저로서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언급 드릴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언어의 화려한 서커스나 과장된 차력쇼, 냉철한 실험실로만 느껴지는 시들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제 짧은 식견 때문임을 이해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시는 아름다움을 재현하려는 끊임없는 실패의 위대한 흔적입니다.
그리고, 언어적인 공감과 소통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증명하고 보호하려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입니다.
시를 읽음으로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써 타고난 성공과 불가피한 실패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습니다.
댓글로 달려고 했는데, 길어지게 되어 게시글로 남긴 점, 미안합니다.
난 시인들이 이상한 영혼의 귀족주의 같은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정신이 시대의 고통을 전부 흡수한다는 존나게 오만한 족속이라고 생각함. 어떤 서평가가 자기는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적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시를 권유하는 사람을 불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