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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재밌게 읽었다. 이렇게 쉽고 재밌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소설이라니! 왜 이 소설이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는지 알 만했다.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화려한 부자들간의 삼각관계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상당히 통속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재즈 시대의 낭만적이면서도 타락한 모습, 금주법 시대의 미국 사회의 부정적인 뒷모습,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마는 청년 같은 시대적인 교훈과 작품성도 다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재밌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 좋았다.
우선 시대와 교훈적인 면을 들여다보자. 금주법이 실행되던 시기에 개츠비는 몰래 밀주나 다른 불법적인 일들을 통해 돈을 크게 벌었고, 그걸로 성대하게 파티를 열며, 수많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 화려하게 놀며, 사치를 부리고, 데이지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불륜을 벌인다. 그리고 개츠비의 삶의 과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부정적 모습을 그려낸다. 즉, 금주법 시대의 미국의 어두운 뒷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난 미국 사람도 아니고, 딱히 머나먼 다른 나라의 시대상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공감할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그런 모습조차 일본에게 지배당하고 분단의 아픔을 겪고 나서도 수십년간 못사는 나라였던 우리 나라의 과거 모습에 비해보자면 배부른 사치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개츠비 때문이었다.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절실한 사랑은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느껴졌다.
어릴적 개츠비는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위해 늘 노력하는 삶을 산다. 개츠비가 어렸을 때 읽은 책의 뒤에 쓰여진 그의 스케쥴표를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했으며 정직하고 선한 마음씨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착한 자식이라면 다 품을 법한 생각 아닌가. 그리고 결국 개츠비는 성공한 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 생각을 실현시켜 아버지에게 집을 사주고 잘 대해준다. 현실에서는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돈을 벌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선한 마음가짐을 늘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실의 벽이 자신을 짓누르지만 않았어도, 정당한 방법으로 부의 성공을 이룰 방법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마 개츠비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일반적인 결심
새프터스나 □[읽을 수 없는 장소 이름]에서 시간 낭비하지 않기
담배를 피우거나 씹지 않기
이틀에 한 번 목욕하기
매주 교양 서적이나 잡지 한 권 읽기
매주 5달러[줄을 그어 지움] 3달러씩 저금하기
부모님께 더 잘하기
하지만, 정직하게 성공을 꿈꾸던 개츠비는 거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온갖 메달을 달고 소령으로 진급해 제대하지만, 그럼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령급이나 되고 전쟁으로 메달을 주렁주렁 달 정도로 싸운 사람이 그렇게 모아둔 돈이 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실했던 개츠비가 돈을 모아놓지 않고 막 썼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저, 소령을 달아도 돈을 모으지 못했을 정도로 그 당시 현실이 힘들었던 시대였던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츠비는 마이어 울프심을 만나서 어둠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밀주업이나 승부 조작 같은 온갖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면서, 결국엔 자신이 꿈꾸던 그런 부를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서의 성공은 개츠비가 원했던 방향이 아니었을 것이고, 물질적으로는 풍부했지만, 마음속 공허는 채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데이지란 청춘시절 꿈꿔왔지만 현실때문에 외면해왔던 자신의 순수했던 마음과 낭만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존재였고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멋진 꿈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더러운 삶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빛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모두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젊은 시절 간절히 사랑하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고 다른 사람을 찾거나 애써 잊으려 한다. 그렇지만, 타락해버린 인생 속에서 그녀만이 유일한 꿈이 되버린 개츠비가 5년이 지나서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애써 거머쥐려 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스럽다. 젊은 시절에 현실의 벽 때문에 포기한 것들 중에서, 가장 자신이 바래왔던 유일한 꿈, 그녀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은 거니까. 그녀는 단지 사랑의 존재가 아니라 그의 꿈이었고, 그래서 그런 꿈을 포기하지 않은 개츠비가 너무 멋져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개츠비가 유일한 꿈으로 삼을만한 여성은 전혀 아니었다고 난 생각한다. 결국 개츠비는 그녀에 의해 파멸하고, 파멸하고 나서도 그녀에게 외면받는다. 개츠비와 같이 타고 있던 그녀가 과속으로 주행한 차량이 톰의 내연녀 머틀 윌슨을 치어 죽이게 만들고, 개츠비를 증오하듯이 질투한 톰이 내연녀의 남편인 윌슨에게 개츠비가 그녀를 치여 죽였으며, 그가 머틀과 내연관계였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말에 분노한 윌슨이 개츠비를 살해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때문에 개츠비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과 해외로 도피성 여행을 가며, 장례식장에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개츠비의 친구이자 자신의 사촌오빠인 닉에게도 전혀 개츠비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죽은 그를 완전히 외면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렇게 자기가 불리해지자 곧바로 개츠비를 버리는 선택을 한 이런 여자가 과연 개츠비가 자신의 유일한 꿈으로 그리워해오며, 결국 그녀로 인해 파멸을 맞아도 괜찮을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인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외모만 화려하고 돈만 쫓을 뿐 속은 텅 빈 가치없는 인간이었다. 이 점이 개츠비가 더더욱 불쌍해지고 연민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었다. 그가 쫓았던 유일한 꿈은 결국 텅 빈 꿈이었던 것이다.
정직한 방향으로 성공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어두운 길로 들어서고, 그럼에도 유일하게 변색되지 않은 선한 꿈으로 남은 그녀를 얻으려다가 오히려 그녀때문에 파멸하고 마는 개츠비의 모습은 정말 남일같지가 않았다. 살다보면 믿었던 현실과 꿈, 그리고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 그래서 닉이 개츠비에게 보내는 동정어린 마음과 그리움은 소설의 결말부를 읽는 나의 마음과도 같았다. 나도 닉처럼 개츠비에게 깊이 공감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개츠비의 삶처럼, 소설 결말부 닉의 말처럼 앞에 놓여져 있는 초록 불빛을 믿고,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싶다.
한때는 네덜란드 선원들 눈에 꽃처럼 만개했던 여기 이 오래된 섬은 갈수록 유명해졌다. 이 섬은 신세계의 싱그럽고 푸른 젖가슴이었던 것이다. 이 섬에서 사라진 나무들, 개츠비의 저택에 길을 만들어 주었던 그 나무들이 어느 때인가 모든 인간의 꿈 중에서 가장 궁극적이며 위대한 꿈을 속삭이며 부추겼던 것이다. 마음을 빼앗긴 덧없는 순간, 인간은 틀림없이 이 대륙을 바라보며 숨죽였을 것이다. 역사상 마지막으로 경이로움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필적하는 그 무엇을 직면하고 이해할 수도 바랄 수도 없는 심미적 명상에 빠져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래된 미지의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물러나는 환희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그래서 우리는 조류를 거슬러 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결말 너무 아름다워.
정말 아름다워 번역본인데도 선생님이 왜 피츠제럴드는 lyricism이 있다고 말씀하신지 느껴져 경쾌해
결말 부분 너무 좋았음
결말과 마지막 문장이 고전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생각함
결말부분을 참 잘 쓴 것 같음
에메랄드 빛의 롱 아일랜드 뭐시기 뭐시기였나... 개츠비 다시 읽어야겠다 ㅋㅋㅋ 결말도 까먹음 ㅋㅋ
나도 언젠가 다시 읽게 될 것 같음.
나는 개츠비에게 현재의 데이지가 어떤 인물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함. 개츠비가 바랐던 건 과거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이 사랑했던 데이지이지, 현재의 데이지가 아님. 개츠비가 혼란스러워 하는 묘사도 자주 나오고...
음 그런 것 같네
멋진 감상글이네. 다시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글이야!
ㄳ
이제 원서로 ㄱ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