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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읽어볼 만한, 라멘을 중심으로 전후 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헤집는 일종의 미시사 에세이다. 라멘이라는 음식이 도대체 어쩌다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와 '몸에 안 좋은 라면 대신 라멘 먹으려 합니다' 같은 우스꽝스러운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늘 궁금했던 터라, 추천을 받은 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고, 읽어보자 딱 원한 만큼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존재조차 몰랐던 라멘이라는 음식이 어떻게 쌀을 대체하기 위한 밀의 잉여분을 활용하기 위해 대두되었는지, 이 라멘의 대량 생산이 어떻게 일본의 미국화를 상징하는지 등등의 역사들. 그리고 점차 현대에 가까운 라멘 소비 형태로까지.
초반의 역사는 라멘이라는 음식이 어떻게 일본인의 식단에 무사히 편입하게 되었는지를 그리지만, 그 뒤부터는 어떻게 라멘이라는 음식이 일본인의 문화 속에서 추가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그 시절의 음식을 대표하게 된 것과, 적당히 현대인들이 좋아할 만큼 최신이면서 적당히 지역마다 다양하다고 할 정도로 분화되어 지역 향토 음식의 일종이 된 것과, 음식이 점차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일종의 모더니즘처럼 각 라멘 "요리사"들의 개성과 철학을 과시하는 음식이 되어간 것까지.
애석하게도 이후의 현대의 이야기는 이 초중반의 이야기들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자는 애석하게도 현대 일본의 서브컬쳐스러운 문화 소비 형태를 이해할 만한 연령대는 아닌 듯하다. 특히 일종의 팬덤 문화와 지로계 추앙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러한데, 이 괴상한 오타쿠스러움은 아마 어떤 쪽으로든 오타쿠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면 잘 와닿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이 팬덤 + 오타쿠스러움이 일본 전역을 어찌나 휩쓸고 있는지 이를 중심 소재로 다룬 <최애, 타오르다> 같은 소설에 상당한 스포트라이트가 던져지고 있는 모양이다.)
약간 아쉬운 점은 라멘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이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정도일까. 라멘이라는 음식이 어떻게 "일본적"으로 절충적인 적당주의로 무장해 문화계의 중심에 자리 잡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보니 어울리는 서술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미시마 에세이인 줄
군대에서 일본라멘집 수십개 조사해서 사지방에서 정리하고있던 선임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