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진짜로 헌책방을 했었다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기고 일단 책을 파는 사람이 1/10로 줄었고

그나마 파는 사람도 알라딘에서 안 받아주는 것만 팔러오니 일단 공급이 불가능했다


좋은 책을 못 구하니 나까마라는 중간상인을 통해서 책을 구하려고 시도도 해봤는데

단가가 안 맞았고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형태의 헌책방은 불가능하다는걸 느꼈다

월세만 나가는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알라딘 중고에 모든 책을 올렸고 알라딘에 못 올리는 책들은

내가 읽을 책만 빼놓고 나머지는 한꺼번에 처분했다.


덕분에 2년 6개월동안 집안이 전부 헌책 책장 박스 더미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현대 서적은 더이상 사지 않고 알라딘에 올라가 있는 것이 다 팔리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달에 따저보니 올린 책들 중 70%가량이 팔리고 30%가 남았는데, 이 책들은 한꺼번에 처분했다.


고서적을 다뤄보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간기를 복사한 책에 눈탱이도 맞고

비싸게 사서 경매에 올렸는데 시작가에 낙찰되는 일이 잦았다.


몇달 전에 숨쉬기가 힘들어 병원을 찾았더니 기흉이 생겼단다.

수술후 지옥을 맛보았는데 아마도 오래된 책의 종이먼지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헌책 책장과 박스를 모두 치운 자리에 보니 종이먼지 검은 떼가 두텁게 쌓여 있었다.

나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오래된 물건이랑은 일 안하기로 했다.


고서적을 접으면서 가지고 있던 고서적들도 헐값에 팔았고

2년여 생활을 결산해보니 고서적으론 딱 최저시급의 반절 정도를 벌었다.

현대 서적들은 매입가를 기록해두지 않아서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절이나 건젔으면 잘 한것일 테다.


그런 생각이 들어 집안 물건들도 덩달아 버리거나 기증했고 미니멀리즘을 하기로 했다.

물건 없는 텅빈 방을 보는것도 기분이 좋았다.


오래 전에 학원에서 알바로 애들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늙어서인지 써줄지는 모르겠다. 일단 다음에는 그런 일을 해보기로 하고

지금은 너무 우울해서 일단은 고서적들을 정리하고 생긴 돈으로 유럽이나 가보기로 했다.


지금 동유럽에서 코로나에 걸려서 차단격리를 당했다.

무증상이면 10일 이후 의사가 최종판단을 해야 나갈 수 있다. 증상 좀 있는데 꾹 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