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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중에 읽어볼 만한 거 많다고 해서 뒤적거리다가 산 책 중 하나.


개인적으로 중세사, 그 중에서도 경제사, 사회문화사, 건축사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백년전쟁이 어땠니 십자군전쟁이 어땠니 하는 것보다 (물론 중세 무기와 갑옷도 좋아하지만) 이 시대 사람들이 뭘 어떻게 벌어먹고 생각하고 지었는지에 더 관심 가기 때문. 파보니까 그 자체로 설정이 탄탄한 판타지 소설을 읽는 감각이기도 했음.


그런 면에서 책 제목과 목차만 봐도 그 시대 사람 사는 얘기가 잔뜩 묻어나올 거 같아서 사게 됐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음.


각 계층별로 누렸던, 혹은 박탈당했던 권리, 당대 이론·법률적 여성의 지위와 관습에 의한 실제 지위의 괴리(예를 들어 귀족 여성이 봉토를 상속받고 봉토에 권력을 행사한다는 건 '전사'가 봉토를 하사받는 초기 봉건제 관점으로나, 여자는 아무런 지배권력을 가질 수 없다는 당대 법률상 관점으로나 말이 안 되지만, 봉토와 지배권력이 점점 세습화되고 지방분권화되면서 드문 일이 아니게 된 점), 남편·아내·자식이 서로 가진 인식과 사랑, 말하자면 이 시대의 부부애·자식애는 어떤 형태였는지, 결혼·낙태·피임은 어떤 취급이었는지 등.


주제는 여성사지만 사실상 민중생활사의 주요 부분을 다루고 있다 해도 무방함. 이제 겨우 반 정도 읽었는데 중세에 관심 있음 매우 추천할만한 책인 듯?


표지는 구려서 당장 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