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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1.

그러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 행정부는

금융소비자/서민이 아닌, 금융기관을 구제하기로 결정했고, 엄청난 세금을 퍼부었다.

그리고 2년 뒤 그로 인해 많은 중산층이 무너졌고, 하류계층은 집마저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국가의 원조를 받고, 소비자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물린 끝에 기사회생한 금융회사는

스스로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억달러의 보너스를 경영진에게 지급했다.

거기에 집을 잃은 대중들이 분노하자 그들의 대답은

"잘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대가인데 어떻게 니들이 나한테 뭐라고 할 수 있는건데?" 라는

의아하고도 짜증섞인 반응이다.

이게 이 책에서 말하는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어두운 면이다.


하지만 니가 정말 잘났어?라는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응 난 예일을 나와서 투자은행에 근무해서 대표까지 되었으니 내가 정말 잘난거지!일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상태가 자신의 잘남의 근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잘나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것과,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잘난거다라는 말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이건 이 책에서 본격적으론 다루지 못한 부분이다.


2.

아무튼, 문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불평등이다.

그리고 샌델은 그 불평등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도록 사람들에게 잘못된 관점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능력주의임을 지적하는거다.

그래서 칼뱅주의에서 하이예크와 롤즈에 이르기까지 능력주의의 태생과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한 폐혜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론 구원은 오로지 신이 마음대로 정할 뿐이라는 루터주의 구원관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 이거 관련된 읽을만한 책이 있나?)


3.1

그리고 마지막 2장이 논란의 대안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제비뽑기가 그다지 큰 비아냥거리는 되지 않는 듯 하다.

샌델의 주장은 대학들이 동문자녀 챙기고, 체육특기생 받으면서 학위장사 하려고 하지 말고,

상위권 대학 그룹에 갈만한 수학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끼리 제비뽑기를 하잔 말이니까.

그러니까 우리나라식으로 말하자면 수능 1등급이면, 거기서 엄밀한 학력차이를 가리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

나래비 세울려고 들지말고, 대충 섞어서 뽑는 게 오히려 나은 면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저건 그냥 방론 내지 빌드업이고,

교육에서 샌델의 주장은 상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취업이 잘 되는 전문화된 지식에 치중하지 말고,

시민으로서 가져야 되는 인문교육에도 더 신경을 쓰자는 거다.

그러니까 꼬투리 잡기 좋은 말이긴 했지만, 뭐 그리 어마어마한 꼬투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3.2

교육보다는 직업부분에 대한 샌델의 지적이 더 와 닿는 면이 많았다.

직업은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인정받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말 말이다.

공중파 티비에서도 스스럼 없이 지금 투자/주식 안하면 나중에 자식한테서 원망듣게 된다는

반농담 반협박을 하는, 그야말로 노동의 가치가 똥값이 된 지금의 현실에서 꼭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모두를 노동에서 해방시켜주던가)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비대해져만 가고 있는 금융거래에 높은 세금을

대신에 근로세를 없애자라는 대안도 실현 가능성이야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혹 하는 면이 있다.

사실 버핏보다 버핏 비서가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4.

능력주의, 부정입학,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 여러 현안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느라

좀 스텝이 꼬인 부분도 있었다곤 생각하지만,

샌델이 롤즈의 정의론을 현재의 시각에서 자기의 관점을 업데이트 및 재구성하여 쓴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재밌게 읽었고, 재독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5.

다만, 공동체주의자 답게 결국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개인에 앞서는 공동체적 가치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

그러다 결국 기독교적인, 유교적 가치가 온 세상을 지배했던 중세로의 회귀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의구심은 있다.


그러나, 중세의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민주사회가 탄생되었지만,

이제는 그 민주사회 속에서 또 다른 계급사회가 형성되었다면,

그 계급 역시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는게

바로 반복되는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