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뤄볼 주제는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의 라이벌의식. 우리도 익히 들어본 그 출판사들이다.
어느 문예지를 막론하고, 다들 창간할 당시에는 새로운 문학을 추구한다고 쓰기는 한다. 그러나 그 ‘새로움’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연현이 창간한 <현대문학>과 이어령이 창간한 <문학사상>에서 말하는 ‘새로움’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 <현대문학>은 어떻게 보수 문예지의 상징이 되었는가?
다음의 창간사를 읽어보자.
본지는 본지의 제호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현대문학을 건설하자는 것이 그 목표이며 사명이다. 그러나 본지는 이 ‘현대’라는 개념을 순간적인 시류나 지엽적인 첨단의식과는 엄격히 구별할 것이다. 본지는 현대라는 이 역사상의 한 시간과 공간을 언제나 전통의 주체성을 통해서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이다.
조연현은 김동리가 내세운 ‘민족문학’ 대신 ‘현대문학’이라는 새로운 체제를 제시하지만, 그것은 ‘지금 유행하는’ 문학이 아니었던 것. 오히려 전통을 기초로 현대 문학의 기초를 세우려는 시도였던 것.
그렇기에 <현대문학>이 보수 문예지로 자리잡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르겠으나...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현대문학>은 다음의 변화 과정을 거친다.
(가) 독보적 시기 : 마땅히 경쟁자가 없었던 시절. 비평가 조연현 개인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남.
(나) 균형감각 유지 시기 : 서양의 모더니즘을 적극 수용하는 <문학예술>과 별다른 이데올로기를 갖지 않은 <자유문학>의 등장. 경쟁자를 가짐으로써 오히려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했던 시기. 이호철, 서기원, 최상규, 선우휘, 송병수, 최상규 등의 신세대들이 전후문학을 최초로 발표하는 배경이 되어줌.
(다) 문단 보수세력으로 경사되어 가는 시기 : 김현, 김승옥, 이청준, 등 4.19 세대의 등장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학적 감수성이 소개되며, <현대문학>은 그들에 비해 뒤처지게 됨.
(라) 문단 보수지의 지속성 확립 시기 : 계간지 출현으로 말미암아 문단의 세력 판도는 크게 변화됨.<창작과 비평>, <문학과지성>의 등장에 이어, <문학사상>의 도전까지 받자 홀로 보수 성향의 문예지로 경화됨.
뭐 이런 전말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도록 하자.
- 이상과 김승옥을 연결하는 <문학사상>의 도전
<문학사상>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으니... 창간호의 표지에 모더니스트 이상의 초상이 그려져있었던 것.
주간 이어령은 일찍이 ‘화전민 문학’을 선언한 바 있다.
이 보잘 것 없는 국문학의 토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불을 질러 새 토양을 만드는 일 뿐.
무엇이든 새롭게!
그것이 이어령의 모토였다.
이 ‘아버지 없는’ 국문학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선배가 바로 한국 최초의 모더니스트 ‘이상’이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문학사상> 창간호에 이상의 초상이 실린 것도 십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령의 새롭게!는 무엇을 뜻했는가.
20명이 넘는 ‘해외 특파원’의 현지 르포, 논문, 번역을 게재하고, <심청전>을 각색하여 독일에 소개하는 등, 당시로써는 보기 드문 참신한 기획을 내세웠으며,
자료조사 연구실을 두어 자료발굴에 힘써 문학사 연구에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작품 내적으로는 어떠한가.
이어령은 새로운 국문학을 이끌어갈 이상의 후배로 김승옥을 지목했다. 제1회 이상문학상의 수상자가 김승옥인 것은 그런 이유 때문.
전후문학이란 오직 너 하나를 위해 태어났다 하던, 감수성의 혁명. 그것이 이어령이 발견한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이었던 셈이다.
- 그래서, 승자는?
당연히 이렇게 보면 <문학사상>의 압승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해둬야 할 것이 있으니...
푸짐한 불고기는 못 참지 아 ㅋㅋ
<문학사상>의 이어령과 이 책을 쓴 김윤식 사이에는 적잖은 친분이 있었던 것. 자료 발굴을 위해 김윤식도 이어령과 수차례 일한 바 있으며, 이어령은 그때마다 청요릿집에서 음식을 사주었던 것. 제1회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맛보았던 푸짐한 불고기를 잊지 못한다는 것.
더욱이 김윤식이 이광수를 주제로 연재를 할 때는 ‘무제한 연재 가능’이라는 압도적으로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했던 것.
뭐 그런 면 정도는 감안을 하고 보는 편이 좋지 않나 싶다.
그래도 승패를 떠나, 김윤식이 이어령과 조연현 두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있으니, 다름 아닌 비평의 문학화.
맑스주의, 민족주의, 최재서의 해석학 등등 지금껏 논리로서의 비평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과학’의 영역이었다는 것. 비평 그자체가 문학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연현과 이어령의 공이 크다. 이 두 사람의 등장으로 비평 역시 문학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 두 명의 평론가가 있었기에 김현과 백낙청도 있고, 그 이후의 평론가도 있을 수 있던 것. 과장 조금 보태 그렇게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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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시리즈 개추.
이러나 저러나 선구자들은 어떤식으로든 영향력이 조금은 있는거 같구먼.
ㅇㅇ 사실 이 시리즈에 언급될 정도면 그만한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사람들이기 하고...
김승옥-최인호-이병주-윤흥길-이청준-조세히 라인업..
아참 그리고 김현 전집 알라딘 우주점 중고로 꽤 많이 올라왔으니까 그 중에 관심있는 거 있으면 이참에 사셈
https://www.aladin.co.kr/m/mseriesitem_used.aspx?srid=5773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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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근-본 그자체였으나 85년 이어령이 물러난 이후부터 성향이 좀 바뀜. 요즘 이상문학상 저작권 얘기 나오는 거 보면 안타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