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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심리학>보다는 좀 더 본격적으로, 규정대로의 살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살인의 심리학>의 논조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본능적으로 살인을 꺼리는지에 대해 주로 서술하고 있던 반면, 이 책에서는 전작에서 이야기한 그 본능적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부분에 대해 천착해 이것이 어떻게 현실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경찰과 군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그 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일단 이런 적극적인 전투 옹호에 대한 시각에서부터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실제로 동의할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젊은 남성에게 군대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듣기는 정말 쉽지 않을 테다. 소위 "밀덕"이라 불리는 군사적인 특징들에 매혹된 이들조차 군대의 현실 앞에서 그 뜨거운 열의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걸 본 적이 있던지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애초부터 전쟁과 폭력이 너무나 피곤한 주제라고 생각했으니 굳이 말할 것도 없다. 허나 이 책을 읽으며 본질적으로 국가의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싸움이 왜 필요한지를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월남전부터 시작해서 근 몇 십 년 간, 우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 및 반전 운동에 더 익숙한 편이었고, 공권력이 시위 탄압 등에 투입되는 것을 보거나 반미 운동의 열기를 보며 굳이 말을 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이나 군대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만 같다. (대한민국이 실제로 그 군대에 의한 독재 정권에 시달리고 있던 시기가 그리 짧지 않다는 건 일단 둘째 치더라도.) 어쩌면 그런 폭력이 실제로 내 주변에서는 일어날 일이 없다고 막연히 장담하고 있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911 테러가 순간적으로 전 미국인에게 이들에 대한 지지도를 높였다가 다시 사그라들었듯, 한국에서는 요즘 들어 전반적인 평화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이 폭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역사 속에서 그리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느낌이 달라진다. 냉전의 세계사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나는 선진국들의 폭력이 다양한 지역으로 투사되는 것을 자주 보았고,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 역시 이제는 그런 투사의 주체 쪽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만약 이 점에 동의한다면, 최소한 절제된 필요악으로서의 폭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눈을 돌리는 건 책임 방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위해 실제로 이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이 나를 약간 선동했을지도 모른다. <살인의 심리학>과는 달리, <전투의 심리학>은 보다 더 노골적으로 "전사" 기질에게 어필하는 필체로 쓰였다. 일반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지만, 언제고 필요해질 수 있는 그 기질을 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마음 속에 있는 기질에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내가 그런 기질에 천성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임을 잘 알고 있지만, 전술했듯 최소한 이에 대해 인지할 필요는 있으리라 믿는다. 이해해야 할 것, 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이뤄져야만 할 것, 마치 도축업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려서는 안 되듯......


P. S. 조만간 읽을 동 저자의 <살인 세대>에 닿는 또 다른 주춧돌이 이 책에도 있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시각적인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시각 매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전작에서도 말했던 1인칭 FPS 게임을 하는 것이 어떻게 실제 전투 훈련과 비슷한 방식으로 총기 난사에 도움이 되는지. 현재까지 의견이 분분한데다 책에서 인용한 뇌내 PET 사진과 같은 케이스는 이미 반박이 어느 정도 된 것으로 알아 여전히 생각을 못 정하고 있다. 그저 아직까지는 납득할 수 있는 수위의 주장이라는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