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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데이비드 막스, <아메토라>


전범국이자 패전국이었지만, 동맹이었던 독일과 마찬가지로 냉전의 수혜를 받아 빠르게 회복을 한 일본인들은

먹고살만해지는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서양(=미국)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따라가고 싶어했고,

그 중에 하나가 남성패션이다. 


그래서 소위 IVY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복식문화를 통채로 수입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그 문화라는게 범위는 무척이나 포괄적이고, 경계는 매우 희미했으므로

무작정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기질이 발동해서

(더군다나, 사실 미국에선 남성패션이라는 문화 자체가 희박했다. 

미국인들은 걍 입던 옷을 입을 뿐 거기에 어떤 문화적 맥락이나 의미를 의식적으로 가미할 생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남자가 패션에 신경을 쓴다는 건, 남자답지 못한 게이들이나 하는 짓거리로 인식되기 십상이었다.)

서양식 옷입기를 매뉴얼화하고, 서양 옷의 원본(예를들면 1930년대, 1950년대 진짜 리바이스 청바지) 특징을 분류하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분석하고 이해할 원본이 희미한 상태였기에, 모방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아이비 스타일로 옷입기라는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 내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순간 일본인이 만들어 낸 그 원본을 모사하는데서 출발했지만,

원본과는 달라진 채 가상의 독자적인 무엇이 되어버린 미국식 스타일이

잘 정리된 세계적인 표준과 지침이 되어 미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진짜 미국식 청바지를 만들려면, 당연히 일본에서 만든 데님으로 청바지를 만들어야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이런 특수한 현상을 다루고 싶어했던 의도로 시작했지만,

역사라는게 그렇듯이 이론이나 가설과 꼭 들어맞게 진행되는 건 아니어서,

결국은 (미국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패션 발전사에 대한 책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라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역자가 패션칼럼리스트라는데 번역 실력은 별로인거 같다. 비문도 많고, 문맥도 자연스럽지 않고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