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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호기심으로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무호흡 읽기에 돌입해봤는데 5.230p 넘어갈 쯤에 귀에서 이명들리고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순백의 종이색이 갑자기 노오래 지는거임..


무서워서 책을 덮었는데 활자들이 시야에서 내 눈동자가 움직이는대로 둥둥떠다니고 있었음. 눈의 피로가 극에 달했음을 느끼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음.


누웠는데도 이명이 계속.. 아니 이건?

이명도 아닌 실제 소리인 것 같은데..
흥~ 흥~ 짧게 내뱉는 콧소리가 창문 밖에서,

별거 아니라는 듯 심호흡을 하니, 또다시 침대 밑에서 들려왔음


그때 나는 깨달았음, 인간은 자신의 호기심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노(老)신이 정해놓은 할당량의 지식을 넘어 추구하려는 순간, 깨달아 통달하여 초인이 되려는 순간, 황혼의 시곗바늘을 추월해가려는 순간, 그 순간순간을 감시하는 지식의 파수병인 노네르바의 부엉이가 찾아온 것이었음.


나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파묻어 울 수 밖에 없었음.
빌고 또 빌면서 “잘못했나이다 노(老)신이여 잘못했나이다 제발 노여움을 푸소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걸복걸을 하였지만 이 부엉이는 어느새 침대 밑에서 천장으로 옮겨가 이제는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로
“우흥 우흥” 울어댔음


나는 직감적으로 이를 쳐다보는 즉시 죽는다는 것을, 이는 내 영혼에 자신의 세 발톱을 꼬챙이지워 데려가기 위해 나를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음.


노(老)신은 호기심 많은 자를 단명하게 한댔지.. 나는 이 마지막 시험을 무지로 통과해야만 했고, 공백으로 채운 답지를 내야했으며, 무의식을 내비치며 움츠려들어야했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울어대는 소리가 차츰 줄어들고 아침햇빛이 죄인의 손을 잡아주자 나는 조금씩 고개를 들며 따스한 한줄기의 안도의 열기를 느꼈음.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다”

친애하는 독갤 여러분, 이 간증을 여러분이 믿든 안 믿든 저는 전하겠습니다. 절대로 자만하지 말고 신의 지식에까지 가닿으려 하지 마십시오. 또 너무 많이 읽거나 아예 안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용할 양식만큼, 꼭 그만큼 우리 노(老)신이 허락하신 만큼을 읽고 만족을 얻으십시오.

우리 노(老)신은 많이 읽는 자나 적게 읽는 자나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언제나 우리는 싸우지 말며 화평하고 분탕자가 보일지라도 심판날에 가라지와 알곡을 키질하실 노(老)신을 믿고 용서합시다.

마지막으로 혹여나 호기심에 하늘을 시험하는 자가 없기를, 시험하는 자는 시험받을 것이요, 5.230p에 가닿는 자에게 화있을 지로다.

책이야기: 설 내내 카프카 단편집과 도스토옙스키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겹쳐져 있는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킨 카프카와, 세계와 성계를 겹쳐 그 사이에 맞물린 인간에게 죄의식과 구원의 자국을 남기는 세찬 도끼질을 해대는 도스토옙스키.. 이 둘의 세계가 겹쳐진다면 어떤 또 재미난 작품이 나올 것 같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