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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면, 오늘만 달라는 것잉가 아니면 앞으로도 쭈욱 달라는 것잉가?” 마침내 스님이 물었다. “살아갈 방도가 따로 웂는 몸인디 주지시님께서 질을 잠 티워주십소사 허능구만요.” “하면, 매번 지게로 숯가마니를 벌교 읍내꺼지 져날르겄다는 말인가?” 주지스님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저으며 눈을 반쯤 내려감았다. “시님, 주지시님, 질만 티워주심사 고것이야 지 심으로 허는 일인디 워찌 못허겄능가요. 질만, 질만 티워주시씨요.” 염무칠은 곧 장삼자락을 붙들 것처럼 몸이 달아 있었다. “이것도 다 부처님의 인연일시, 내 엔도한테 양해를 구할 것이니 어디 해보도록 하게나.” 염무칠은 한 행보에 숯 세 가마니씩을 지고 오금재 가파른 산길을 넘기 시작했다. 주지스님의 도움으로 숯을 생산가에 받을 수 있었으므로 이문이 컸다. 그러나 왕복 140리의 도보운반으로 물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목돈을 만지기는 어려웠다. 염무칠은 지치지 않았다. 1년, 2년…… 장가를 들고 자식을 낳고, 염무칠은 20년이 넘게 오금재를 넘나든 것이다. - < 태백산맥 1, 조정래 > 중에서
이념 갈등의 배경이 주된 줄 알았는데 그냥 다양한 방식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함.
염상진과 김범우의 백분토론 같은 이념 논쟁도 부글부글 끓으면서 봤고
이념 사이에서 정하섭의 혼란한 마음과 각각의 이념을 바라보는 소화의 순수한 관점 등
초반이지만 인물들이 정말 다채로웠다. (독립 투사 김범준은 풍문으로만 나오고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도 벌써 존재감에 무게가 있네요)
그런데 염상진의 아버지 염무칠의 생존기가 갑자기 나오는데
뭔가 울컥함 진짜로.
노예 제도가 폐지됐어도 할 게 없어서 종살이를 하던 염무칠이
숯 행상일을 하려고 어렵사리 일을 따내고 한번 왕복하는데 140리 (약5~60KM)를 거의 기뻐하면서
오가는 것이 뭔가 이념 갈등을 더 하찮게 보여지게 하는 거 같음
위에 내용 뒤에 염무칠이 행상을 오가다가 얼음 위를 걷는데
숯 세가마니를 지고 다니다보니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지게를 버리면 되는데 염무칠한테는 그것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같이 빠져버린다.
가족을 위해서 일테지만 무엇보다 종살이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크나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지금 시대는 그에 비해 얼마나 자유로운가? 지독하게 구속되어봐야지 자유의 기쁨을 아는것인가?
140리를 오가는 행상질이 좋다는 것은 (힘들지만) 그것보다 누군가의 밑에서 희망없이 사는
종살이가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크...ㅠㅠ 나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