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에 독갤 정도밖에 가끔 눈팅하러 안 들어오는데 그러다가 다른 게시글들도 보게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듦. 내가 평소에 디씨랑 정치성향이 같지는 않거든. 근데 나는 자기랑 입장 다르다고 해서 혐오하고 배척하는 화법도 극혐해서 너네 의견이 솔직히 궁금해서 한번 물어보고 싶었음

독갤이니까 독서 관련해서 얘길 시작하자면 나는 지금은 페미니즘이나 소수자라는 소재주의에 빠진 한국문학들은 문학적 성취가 전혀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싫어함.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카프카 포크너 이런 20세기 초중반 모더니스트들임. 하지만 한국 남자를 자기가 비판하기 적합한 상상적인 타자로 만들어서 비판하는 식의 작품이 아니라면 페미니즘을 탁월하고 복합적으로 구현한 작품은 지지할 의향이 있음. 그리고 한창 페미니즘 2010년대 중반에 처음 유행했을 때는 거기 동의했었음. 주변에 여사친이 많기도 하고 예술, 글쓰는 사람이 많다보니 남자 지인들도 다 진보쪽 성향이 많았거든. 한창 사회학이랑 예술 공부 많이 하고 책 읽다보면 사상이 대강은 진보적으로 흐르게 될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 사람들도 아마 알 거임. 그리고 그때는 좌파적인 이념이 상식적인 선에서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도 지탱되던 시기였음. 20대 남성들도 이때는 아직 현 정권 지지자가 많았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던 내가 생각 많이 바뀌게 된 게 군대랑 여기저기서 내 또래 남자 사람들 많이 만나면서부터인데, 한창 정체성 정치가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모습 보기도 하고, 또 20대 남자들을 책에 쓰인 논리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마주하는 실제 지인으로 느끼고 대화를 하면서부터는 그동안 진영논리에만 갇혀있던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그런데 얽매이지 않고 윤리적으로 살려는 걸 지향점으로 삼자고 다짐하게 됨.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적기는 하지만 대개는 이런 생각임. 그래서 난 페미니즘 지지하는 여자애들이랑도 래디컬 페미니즘 까는 얘기함. 걔네들도 남자들 디씨처럼 피싸개니 뭐니 하는 경악스러운 말들 꺼내놓는건 극혐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욕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페미니즘이 위선적인 자기중심주의에 갇혀있는 부분도 있다는 걸 이해함.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결함을 인정하고 각자 선택할 수 있는 입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임.

여튼 나는 디씨에서 커뮤만 캡쳐해와서 욕하는 부류랑은 전혀 다른 현명한 부류의 좌파나 페미니스트들도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20대 남성들이 386이나 페미니즘 욕하는 것도 다 이해가 가는 사람인지라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다... 문제는 대화를 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안들인데 각자 커뮤에서 서로 얼굴을 안 보고 상대방의 극단적인 면만 캡쳐해서 욕하는 것 같아서 너무 머리가 아프다... 20대 남자도 20대 여자도 다 괴물인게 아니라 현생 살다보면 멀쩡한 사람도 많은데 서로 이해할 통로 자체가 아예 망가진 것 같아.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 두서없이 그냥 복잡한 생각 얘기해보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