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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무신론적 신앙이 김선우의 시를 가능케 한다.
그 신앙은 일견 무의미한 것들에 신성을 부여함으로서
기존에 존재해왔던 심판과 판단을 목적으로 하는 유의미의 신앙을 배격하는 혁명이다.
그것이 그녀가 시적인 사유를 밀어 붙이는 동기이다.
현실에 발을 딛는 불신의 순간, 그녀의 시는 흔들린다.
그리고 그녀가 사력을 다해 그 순간을 버텨내는 한, 그 충돌에서 시적인 힘은 발생한다.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성소를 am과 pm이 아닌 새로운 시간, om으로 명명한다
그러나 결국 om은 am과 pm사이의 존재 불가능한 부유와 도피의 시간이다.
시인으로써의 생명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om이 부정 당하는 시간이 온다.
회복의 시간은 참혹하고, 회복의 목표가 되는 완치의
의미는 이미 복원이라기보다는 변화로 굴절된다.
회복의 기미를 언뜻언뜻 겨우 비쳐내고 있는 그 때에야말로 그녀는 자신의 묘비명을 끝맺는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무상함이 그녀의 신앙이었으므로.
'om의 녹턴'이 사유와 시적 긴장감의 차원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그 외에도 좋은 시들이 많으나 소개의 목적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2편을 골라 올린다. '화비, 그날이 오면'은 이미 올린 적이 있기에 고려하지 않았다.
ps. 아름다움은 분석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오직 시도되어지는 것이며,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위란 오직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아름다움이 분석되는 순간 예술은 사라진다고 믿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시도하는 행위가 단지 맨주먹으로 벽을 두드리는 일에 불과할지라도, 그 벽에서 문을 보았다는 착각과 환상 만으로.
싸락눈
싸그락싸그락 싸락눈 내리는 밤하늘엔 마른 눈송이들 부딪는 정전기가 별똥처럼 반짝이고
소녀는 그런 하늘이 그렇게나 좋았다
싸락눈은 마른눈 싸락눈 내리는 밤은 마른 밤……
눈이 늘 젖어 있는 어미를 다독이며 소녀가 싸락싸락 노래 불렀다
일기장 펼쳐 빈 페이지 가득 싸락눈을 받는 게 좋았다 싸락눈은 마른눈 공책이 젖지 않지 싸락눈 털어낸 노트에 침 발라 연필 꼭꼭 눌러가며 병을 앓고 있다 쓰지 않고 병과 싸우고 있다고 쓰는 게 또 그렇게나 좋았다
쟁쟁쟁 챙강챙강 차릉차르릉 싸락눈 부딪는 소리 밤하늘에 가득하면 외롭지 않은 밤이라서 좋았다
부딪히고 멍들면서도 저렇게 예쁘구나 살아 있어라 살아서 반짝이는 싸락눈을 받을 테야 정전기 이는 밤하늘 한 칸을 반듯한 모눈종이로 간직하고픈 소녀는 싸락눈 내리는 밤을 오려 심장 깊은 방문에 붙여두었다
질척이는 젖은 날들 속에 싸륵싸르륵 마른날이 심장 제일 깊은 부적처럼 나부껴서 소녀는 그렇게나 눈이 검고 맑았다
시인 것
어느 새벽 시를 두 편 썼다 "이게 시가 되는가?"
한 사흘 골똘히 들여다보다 한 편은 골라 들고 한 편은 버렸다
시가 되겠다 판단한 시 한 편, 한 문장 한 구절 한 글자씩 뜯어보며 한 이틀 매만지다 벼락, 회의가 든다" 대체 시란 무엇인가?"
시가 시에 갇혀버린 느낌 '시가 된다' 는 느낌이 다시 감옥이 되어버린 느낌 시가 '시가 된다'는 느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나는 아직 기다려야 한다
시가 아니려고 하는데 결국 시인 것 시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끝내 시인 것 파닥파닥한 시의 지느러미에 경계와 심부를 동시에 베인 듯한 여기를 베고 저리로 이미 흘러가는
그런 시를 기다린다 영원을 부정하자 사랑이 오듯이 영원을 부정해야 사랑 비슷한 것이라도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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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견디는 시인이라야 진짜!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