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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많은 난제들에 부딪치며 살아왔고, 결국에는 그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풀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야 만다.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
나는 고수가 되고 싶었다.
축구, 노래, 게임, 패션, 말빨, 글쓰기, 영어, 배경지식 등등
내 눈에 좋아보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잘하고 싶었고 경지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걸 탐냈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런 내게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고수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수가 자기 이야기를 쓴 이런 책은 내게 귀중품이나 다름없다.
웬만한 자계서보다 유익하고, 웬만한 무협지보다 재밌었다.
바둑은 두뇌의 힘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요하는 스포츠다.
조훈현은 그런 바닥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생각하는 힘'이야말로 그가 체득한 최고의 능력이었을 것이다.
바둑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고수들도 멘탈, 마인드의 문제를 중요시한다.
초일류로 가는 길은 어쩌면 한 가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각, 멘탈, 마인드 등 정신적인 부분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바둑과 조훈현을 둘러싼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그의 스승 '세고에 겐사쿠' 이야기, 그의 제자 '이창호'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세고에 겐사쿠는 거의 도인과 같은 인물이었다.
말 없이 돌 하나를 짚어주는 정도로 가르침을 전수했다.
<설국>의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도 절친이었다.
둘이 조용히 차 한잔 나누는 모습이 신선들처럼 보였다고 한다.
세고에는 스스로 목졸라 죽는 방식으로 자살했다.
무협지에나 나오는 신령스러운 스승의 죽음 같았다.
어떤 귀기鬼氣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소년 이창호는 조금의 비범함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바둑을 다 두고난 뒤 되짚어보는 '복기'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스승 세고에처럼 조훈현 역시 제자 이창호에게 별다른 가르침을 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없는 아이, 둔해 보이는 바둑을 두는 소년은 기어이 '바둑의 신'이 되었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모든 타이틀을 뺏기기까지 한다.
같은 집에 사는 스승과 제자는 서로의 운명이 엇갈린 날에도 묵묵히 각자의 일을 했다고 한다.
물론 조훈현의 내면은 상처투성이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나이와 체력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나이 때문에 체력 때문에 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버리는 순간 승부사로서의 인생은 끝난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정환-신진서 등등 수많은 프로기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알파고'까지, 바둑의 역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훈현 역시 새로운 수를 계속 두고 있다.
자신의 책을 쓴 것 역시 하나의 착점(着點)이다.
고수의 삶과 생각을 알고 싶은 내게 그의 책은 하나의 기보(棋譜)이다.
계속 공부해야겠다.
한 분야의 정점에 선 사람들의 책은 읽을 가치가 있지. 동의한다. 재밌어 보이는 구만.
감상글이 좀 건조하긴 한데 정말 재밌게 읽었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