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10. 12, 20)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K군에게
안녕하세요, K군. 날이 무척 추워졌습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다죠? 어수선한 국내외 정국에 매서운 바람까지 몰아치니 마음이 한층 더 스산해지는 느낌입니다.
얼마 전 메일을 통해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죠? 제 강의 시간에 K군이 했던 발표나 기말 보고서의 우수함을 생각하면 두말없이 적극 진학을 권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고 접해왔지만, K군처럼 우수한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겸비한 학생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뜻을 펼치기 바랍니다.
이렇게 권하고 싶은 것이 제 본래의 마음이겠지만, 실제로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웬만하면 다른 길을 택해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권하는 것은 과연 한국에서 학문을 하는 것, 특히 인문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심각하게 회의를 품게 됐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K군처럼 홀어머니에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국내에서 석ㆍ박사과정을 마쳐야 한다면, 또 서울대 학부 출신도 아니라면, 평생 밥벌이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학문을 하기 위해 과연 십 수 년의 고된 수련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지금 K군의 머릿속은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든 국내에서 공부하든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무언가 새로운 관점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인문학적으로 해명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으면 되지. 그리고 학자의 삶이란 게 풍족한 삶일 수는 없으니까 그냥 굶주리지 않을 정도로 생계만 꾸릴 수 있다면, 다소 가난하더라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사는 게 더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만약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고 또 위험한 생각입니다. 우선 국내 학계에서는 외국에서 공부했느냐 국내에서 공부했느냐가 큰 문제가 된다는 점입니다.
서울대 학부 출신도 아니면서 국내에서 공부하겠다는 것은 이미 졸업 후에 정규직 취직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학계의 비정규직의 삶이란 고달프기 짝이 없습니다. 여러 명의 비정규직 교수의 가슴 아픈 자살이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저는 혹시 제가 학문의 길을 권한 누군가가 훗날 이런 참담한 삶의 끝자락에 서게 되지 않을까 정말 두렵습니다.
어찌어찌해서 다행히 취직이 된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인문학하기란 그리 보람 있는 일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 학계는 한국 사회의 다른 어떤 분야 못지않게 신자유주의적 체제로 철저히 재편되고 있는 중입니다. 학계의 신자유주의는 크게 두 가지 구호로 집약됩니다. 단기 수익성을 높여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라.
다른 학계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긴 하지만 인문학계도 나름대로 이 두 개의 지상명령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교원이거나 아직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교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년에 많게는 10여 편에서부터 적게는 3~4편에 이르는 등재지 논문 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수익성의 학문적 기준이 1년에 몇 백 퍼센트의 업적을 남겼느냐로 표시되기 때문에 질적 우수성, 독창성이나 깊이 같은 기준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인문학하기란 논문 작성 기계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질적인 평가는 외국 학계에 위임됩니다. 곧 어떤 학자의 질적 우수성은 일차로 그가 외국(=미국)의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로 측정되고, 그 다음에는 그가 외국의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느냐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우수 학자의 일차 요건은 유학 경험, 영어로 글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내 대학 출신이든 외국 대학 출신이든, 또 동양어권이나 유럽어권 유학생이든 영미권 유학생이든 가리지 않고 관철되는 철의 법칙입니다.
K군, 그러니 영미권의 유명 대학원에 진학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간곡히 권하거니와 학문의 세계에 발을 디디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인문학, 특히 철학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아까운 재능과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랍니다.(진태원 편집기획위원/ 고려대 서양철학)
이게 독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뭐 글을 일는다는 행위니까 좀 봐주시게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석사딸려면 학부부터 다시해야되는데?
무슨 소리임?
혹시 비동일전공 지원 막는거 그거 때문에 그런거면 내가 비동일계열 지원할 생각이 없었어서 나한테는 해당이 없었음
독일에서 인문분야로 석사 가려면 5년 코스웍 밖에 없슴
무슨 소리임 당장 반례만 해도 존나 많은데. 링크 걸어줄테니 봐봐. 코스웍 자체를 5년으로 잡는 곳 없다.
니 혹시 예전 학석사 통합과정이었던 Magister말하는거냐? 볼로냐 프로젝트인가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 안 나는데 학제 개편해서 유럽연합 국가가 미국처럼 학사 4년 석사 2년 이렇게 바뀐지가 언젠데;;
틀인거 들켯노;
어르신 일찍 말씀하셨어야죠
성공 케이스를 봐야지. 진중권만 봐도 박사도 못딴 사람인데, 정치적으로 어그로 끌어서 교수까지 되고 지식인 소리 듣잖아. 실제로 비 명문대 박사들 좌파 유튜브 기웃거리다 밥벌어먹고 사는 경우 많음. 김어준 방송 한 번 나가면 참된 지식인 스타트 끊는거고
너가 말한 성공사례들 손에 꼽을 동안 99%의 수 많은 비서울대 출신 강사들 최저시급 못받고 전전하다가 어디 겸임교수 겸업하면서 인세 받아 겨우 살고 있거나 신상희씨 처럼 자살한다
그러니까 독하게 조국만세를 외쳤어야지. 박근혜 존나게 까던 경제학 박사 몇명 요즘 종편도 나오고 그러더라
신상희교수님 정말 안타깝지 독일에서 하이데거의 제자에게 배웠는데,
독갤러님 방명록 확인좀
진중권은 집안이 빵빵해서 석사로도 비빈 거고 평범한 집안에서 진중권 스펙으로 가능할 것 같냐? ㅉㅉㅉ
서울대 학부출신이자나 진중권이든 조국이든
지방대에서 공부가 재밌다느니 더 철학으로 박사따겠다느니 하는얘들 보면 어이가 없음. 진짜 철학공부하고싶었으면 재수해서 서울대 철학과 가셈
진태원 씨도 괜찮은 학자인데 안타깝네
이 당시에는 지금같은 위치는 아니었고 요즘은 그래도 나름 분야의 파워라이터, 기획위원, 연구원, 강의 등으로 비서울대 출신 중에선 잘나감. 물론 정교수 임용은 절대 안될거고
어쨋든 정교수 임용은 힘든거잖아 파워라이터든 뭐든 정교수만한 확실한 경제적 명예적 지위가 어딪음...
에휴 씁쓸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