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톤적 형이상학: 인간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실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도는 플라톤 이래로 철학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가령, 20세기 후반 영미권에서는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와 솔 크립키(Saul Kripke)가 ‘분석적 형이상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서 부각되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이 소위 ‘객체지향 존재론’이라고 일컬어지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플라톤적 형이상학은 우리가 모든 종류의 선입견을 벗어나 실재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정을 무비판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실재가 정말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실재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분명하지 않다. 애초에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실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인간의 얼굴을 한’ 언어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자기모순일 뿐이다.
─ 칸트적 초월철학: 몇몇 철학자들은 플라톤적 형이상학과 같은 독단적 형이상학을 비판하기 위해 초월론적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가령,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칼-오토 아펠(Karl-Otto Apel), 힐러리 퍼트남(Hilary Putnam) 등은 이상적 인식상황을 연구하거나, 이성의 초월론적 구조를 해명하거나, 토의를 위한 화용론적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타당성 주장의 범위와 한계를 규정한다. 이러한 입장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고자 하는 독단적 형이상학의 월권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성의 영역을 간과하고자 하는 상대주의의 회의 역시 비판하고자 한다.
─ 니체적 유물론: 독단적 형이상학을 비판하기 위해 결코 개념화될 수 없는 원초적 감각, 생, 차이, 체험, 욕망, 물질 등에 호소하고자 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가령, 이러한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로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피에르-펠릭스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가 소위 ‘신유물론’이라는 이름으로 두 인물을 계승하기도 한다. 여기서 세계는 독단적 형이상학이 상정하고 있는 고정적, 보수적, 분절적 개념으로는 파악될 수 없는 유동적, 변혁적, 비분절적인 흐름이라고 강조된다. 플라톤적 형이상학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처럼 니체적 유물론을 옹호하는 철학자들 역시 자신들이 실재를 순수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무비판적으로 가정한다. 실재를 ‘고정적/유동적’, ‘보수적/변혁적’, ‘분절적/비분절적’이라는 개념쌍 중에서 어느 쪽으로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독단적 형이상학 내부에서 일어나는 의견 차이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 헤겔적 관념론: 헤겔을 지지하는 철학자들은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개념에 매개되어 있다는 관념론적 논제를 바탕으로 독단적 형이상학을 비판한다. 이러한 입장은 세계에 존재하는 ‘실재’와 우리가 지닌 ‘개념’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는 언제나 이미 선입견 속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또 다시 선입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선입견을 통해 주어진 세계를 실재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령, 대륙철학에서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 등이 세계가 개념의 매개 속에서만 주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1990년대 이후 영미철학에서는 존 맥도웰(John McDowell)과 로버트 브랜덤(Robert Brandom)이 이끄는 소위 ‘피츠버그 학파’가 헤겔의 관념론을 현대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현상학은 어떻게 됨?
정리 좋네. 너가 쓴거야?
ㅇ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