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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알라딘 과학 신간 목록에 떴을 때만 해도 그냥 어류 과학자가 쓴 과학 에세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단순한 범주로는 분류가 불가능한 책이었다.


따돌림당하고 의기소침하게만 자랐던 저자는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가 보여주던 쾌활함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태도를 왜 본인은 물려받지 못했는지 궁금해한다. 성인이 되고 곧 삶의 위기에 봉착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처럼 불굴의 태도를 가졌던 한 과학자의 인생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적대적인 자연 앞에서 어떤 시련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태도와 낙천성의 원동력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가?


이 책은 과학 블로거인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이면서 요즘 도서 시장에 넘치는 흔한 힐링 에세이이기도 하고, 한 어류 분류학자의 평전이기도 하면서, 잠깐은 고발 르포의 성격을 띠기도 하고 또 약간은 과학 교양서이기도 하다. 여러 형태가 한데 뒤섞여 있으니 이 책을 과학 책으로 볼지, 에세이로 봐야 할지 분류하기가 애매한데 책의 메인 주제가 범주에 구속받지 말고 뛰어넘으라는 이야기이니 이러한 애매한 구성 또한 저자의 의도일 것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이 책의 제목은 확실히 어그로다. 책 내에서도 책 제목을 정정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던 바는 "생물 분류학에서 '어류'라는 범주는 오늘날 학계에서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서구권에선 상어, 가오리 등이 속한 연골어강, 연어, 송어, 농어 등의 일반적인 어류가 속한 조기어류, 폐어와 실러캔스 등이 속한 육기어류, 먹장어, 칠성장어 등이 속한 무악류, 멍게 미더덕 등 고착생활을 하는 피낭동물을 모두 통틀어 그냥 어류라 칭하는 모양인데, 엄밀히 말하면 이 어류라는 범주에 속하는 여러 분류군들 대부분의 특징이 조기어류보단 오히려 다른 분류군과 더 가깝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어 어류라는 범주로 칭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소리다.


쉬운 예를 들면 육기어류로 분류되는 폐어는 물고기처럼 생겼지만 해부학적으로는 조기어류인 연어보다 육상 척삭동물인 소와 더 가까운데. 이 연어보다 소에 더 가까운 동물을 왜 연어와 한데 묶어 '어류'라 칭하느냐는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류군의 생물들을 뭉뚱그려 '어류'라 부르는 동안 이들 각각의 생리적 차이가 그동안 가려져 왔다면서 기존의 '어류라는 범주'는 오늘날 분류과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책 제목이 말하는 바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자칫 개별 개체 고유의 소중한 특징을 가릴 수 있는 '범주'라는 틀을 깨고자 하는데 이 주제를 본인의 인생 이야기에 기발하게 접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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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하 내용들은 저자가 여러 인터뷰와 취재. 자료 탐구를 통해 우리 각 개인은 한 범주에 뭉뚱그려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존재이며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소중한 개인 간의 끈끈한 연대로 인생은 의미가 있고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을 깨닫는 여정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어떻게 이렇게 교묘하게 잘 엮어 써냈는지 감탄스럽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 내용의 정교한 구성과 흐름은 일반적인 사람이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기획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궁금할 정도였다. 책 후반부 감사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의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위해 여러 사람이 팀을 이루어 협업했다고 짐작할 만한 대목이 보인다. 책 후반부로 가면서 책 초반에 취재차 방문했다는 곳들에서도 이런저런 인터뷰를 다 했었다는 내용을 보면 아예 처음부터 저자는 이런 기획을 세부적으로 전부 다 짜놓은 후에 저술과 취재에 나선 모양이다.


요즘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가히 스토리텔링의 승리라 부를 만하다. 또 책의 문장력도 뛰어나고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술술 읽힌다. 알라딘에서 이 책 리뷰를 보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책'이라는 평가들이 많은데 그거야말로 이 책을 제대로 설명한 리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