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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용기사07은 이런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본 서브컬쳐에서 기존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미디어들이 몇몇 나오곤 했었다. 작품의 질적 향상이니 어떻느니 하는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오타쿠 문화, 곧 만화나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은 형식적으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같은 작품은 당연하고, 소위 심오하다고 이야기를 듣는 <전설거신 이데온> 등의 작품들도 틀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점차 오타쿠 문화에서 무언가를 특별하게 해주는 능력이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형태로 (초능력, 마법 등의) 정리되는 과정에서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이들을 보다가 니시오 이신의 글을 읽었을 때 상당히 놀라웠던 게 떠오르고, <괭이갈매기 울 적에>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 감흥이 들었던 것이 함께 떠오른다. 그 이후로도 나는 비슷한 충격을 기대했지만, 사실 그런 느낌이 오는 것이 딱히 더 있지는 않았다. (<공의 경계>를 읽을 때 비스무리한 느낌이 올랑말랑 하기는 했다.) 당시에는 그 원인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예전에 교고쿠도 시리즈를 다시 읽었을 때 깨달은 것과 같은 이유리라. 이 방향의 충격은 일본 서브컬쳐 내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그보다 살짝 밖에 있는 기묘한 작가에게서 나왔기 때문 아닐까.


<코즈믹>은 상당히 괴상한 글이다. 끝없는 살인 사건이 계속 이어지다가 이에 대해 추리를 하는 동안 살인 사건은 어느새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개별자로 전락하고, 초능력을 쓰는 탐정들로 구성된 탐정 집단은 그 개별자들을 구현하는 밀실살인이라는 보편자를 향해 추리한다. 이 추리는 상당히 메타적이기도 해서, 작중에서도 성립 가능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독자 입장에서도 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들이다. 작중에서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이 밀실 살인 사건 및 그 과거를 다루는 소설이 작중에 존재하고, 탐정들은 그 소설(<1200년 밀실 전설>)과 현재 사이의 불일치를 분석하며 동시에 독자 역시 자신이 읽는 이 글(이 책, <코즈믹>)과 작중에서 말하는 현재 사이의 불일치를 느낄 수 있다.


사용하는 추리는 하나 같이 실제 미스테리 소설에서의 방식보다는, 미스테리 소설'에 대한' 방식에 더 가까워서 어떻게 이름들이 언어유희로서 변형되어 원래의 이름을 암시하는지 추리하고, 통계적으로 작중 인물들의 등장횟수를 헤아리면서 어떤 이가 중요한 배역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지 계산하거나 한다. 그러나 이 추리 방식들은 늘 "작자"(아마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는 못 미치고, 소위 메타 추리를 할 수 있는 S급 탐정들만이 이 연쇄 밀실 살인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낸다.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김 빠지는 글이고, 동시에 여태 보았던 다른 매체들이 몇 번이고 연상되는 글이기도 했다. 니시오 이신의 괴상한 언어유희 집착 및 수상할 정도의 나열법(<메다카 박스>의 이능 나열 씬들은 하나 같이 놀라울 정도로 글이 빽빽해 자주 인터넷 밈이 되곤 했다), 그리고 이능력 배틀의 괴상한 상호작용까지. (타 이능배물들은 언어의 변화(<달빠>의 냄새가 나는 부분)보다는 <우에키의 법칙>처럼 그 능력에 의한 현상의 응용에 주목하곤 했었다. 대체로.) 그리고 용기사07의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전부가 떠올랐다.


<괭이갈매기>에는 <코즈믹>을 연상시키는 점이 상당히 많다. 추리물을 자청하면서 정작 추리에 "실제로 존재하는 진리를 찾는 것"이라는 목표 대신 "설득 가능한 서사를 제시하는 것" 정도의 초라한 목표를 지향하는 점이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이능력들이 그 추리에 메타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나, 이야기 자체의 성립을 뒤흔들만한 메타적인 서사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용기사07은 아마도 <코즈믹> 같은 글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괭이갈매기>가 끝날 무렵 다시는 이런 걸 쓰지 말자고 생각했을 테다.


P. S. 메타적 추리 중 통계를 사용하는 추리에서 최근 읽었던 프랑코 모레티의 <그래프, 지도, 나무>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데이비드 로지의 <교수들>에서도 이 통계적 방법론으로 글을 분석하는 교수 캐릭터가 있던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는 유서 깊은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P. S. S. 캐릭터들이 진짜 엄청나게 라노베스럽다. 이 JDC 시리즈의 팬픽인 <쓰쿠모주쿠>를 읽을 때도 대체 주인공 쓰쿠모주쿠는 왜 이렇게 메리수 같을까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해했다. 덕분에 추리소설을 읽을 만한 사람들은 씹덕내에 놀라서 못 읽을 테고, 라노베를 읽을 만한 사람들은 괴상한 구성으로 이어지는 앞부분의 400페이지 살인 사건의 연속에 질려서 던져버릴 테다.


P. S. S. S. <조커>가 과연 이어서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