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구성? 완성도? 감동?

물론 다 좋은데요.

제일 큰 이유는 활자 아래 기본으로 깔아놓은 정서때문같아요.

고독.


고독하고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내가 바로 소설에 나오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위장된 신분으로 평생을 살고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이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지요.

소설을 읽으면서 이거 완전 내 얘기, 라고 이입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이 어디 흔한 기회던가요.


물론 르카레의 분신 조지 스마일리가 그렇죠.

밖으로 밀려나 조직 내부인이지만 외부자의 시선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

숱한 은퇴에도 다시금 숱하게 그를 붙잡아 끄는 과거들.

번뜩이는 두뇌와 스마트한 업무 방식. 전략.

그렇지만 무엇보다 홀로 쓸쓸히 바이워터 스트리트의 집으로 돌아와

떠나버린 아내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독한 사람...

그가 일하는 조직 특유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혼자인 사람...


하지만 그 뿐인가요.

여기 나오는 모든 직업인으로서의 스파이들은 모두 외롭습니다.

가까운 상대에게 진심을 터놓을 수 없고 매번 인스턴트적인 만남과 거짓에 치여 살아 이웃의 미소를 그리워하는 이리나.

나라를 위해 교육받고 조직을 위해 헌신했지만 버림받은 짐.

의심과 불신으로 평생을 살다 결국 말년은 편집증으로 사망한 콘트롤.

이젠 지쳤어 더는 돌아갈 곳도 없고 나는 늙었지만 화려한 재기/부활을 꿈꿨던 V.

심지어는 스마일리의 영원한 적수 카를라마저도 그렇죠...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피쓰.